책이름 : 미궁의 눈
지은이 : 최용탁
펴낸곳 : 삶이 보이는 창
소설집 - 미궁의 눈(2007년), 장편소설 - 즐거운 읍내(2010년), 산문집 - 사시사철(2012년). 내 책장에 자리 잡은 작가 최용탁의 책들이다. 출판사는 모두 ‘삶창’이다. 작가의 글맛을 예기치 못하게 사진작가 최수연의 ‘논’에 실린 이미지 설명에서 보았다. 직접 농사지으며 소설 쓰는 흔치않은 작가 최용탁의 소설. 기대가 앞섰다. 책날개를 펼치자 작가의 명함판 크기의 사진이 실렸다. 떡대가 꽤나 커 보였다. 척 보아도 농사꾼이다. 작가는 현재 충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겨울에 소설을 쓴다. 소설가 공선옥은 표사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복숭아라고 치켜세웠다. 맑은 시인의 눈빛과 순정어린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니 복숭아가 달디 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2006년 제15회 전태일 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섰다. 이 소설집의 서두를 장식하는 단편소설 ‘단풍 열 끗’이 당선되었다. 그러고보니 발문은 소설가 안재성이다.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집은 중편 1편과 단편 7편이 실렸다. ‘단풍 열 끗’은 단위농협조합장 선거를, ‘꽃피는 봄날은’에서는 시골 농촌각의 애환을, 속물적이면서도 바르게 살아가려 애쓰는 평범한 농민들을 그렸다. 표제작 ‘미궁의 눈’은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이다. 댐 건설로 수용된 버려진 땅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통한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그려냈다. 중편소설 ‘혜원거사 창종기’는 막 출소한 사기꾼이 외딴 산골 빈 절에 들어가 새로운 문종을 여는 과정을 유쾌한 입심으로 그려내 재미있게 읽혔다. ‘최덕근 행장’은 군홧발 정권에서 권력에 맛들인 어리석은 촌부의 삶을 냉소적으로, 작가의 경험이 짙게 스민 ‘세 노인’과 ‘바하무트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모진 이 땅의 현대사의 아픔이 배어있다. ‘바하무트’는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서 열린 세계 좌익 언론인들의 축제에서 ‘남북유엔분리가입’반대 데모를 벌인 일화를 그렸는데, 파리에서 택시 운전하는 혁명전사 출신의 국어선생 같은 홍선생이 등장한다. 당연히 남민전의 홍세화가 떠올랐다. ‘세 노인’은 미국 공산당에서 활동하며 쿠바 혁명에 참가한 심성보, 일제 노동운동가로 남파 공작원인 박태성,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미국에서 귀국하지 못한 김유 세 혁명가의 삶을 복원한다. 사관학교 교관에서 신영복 선생이 보이고, 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동지들의 죽음은 곧 인혁당 사건이다. 작가는 농사를 짓다 소설을 쓰기 위해 여수로 내려가 한달 반 만에 한권 분량을 써 올라왔다. 마지막 소설 ‘안개 무덤’은 동성애를 몽환적으로 그려냈는데, 공간적 배경이 바닷가 마을이다. 여수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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