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지은이 : 박경미
펴낸곳 : 녹색평론사
‘자살 大國’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8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0년 자살자는 15,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 꼴이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자살한 사람의 수를 말한다.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31.2명이다. 이 숫자는 OECD 평균인 11.3명의 두 배가 넘는다. 여성의 자살자 수는 OECD 평균 4배에 달했다. 과도한 학업 부담의 청소년층과 실직이나 퇴직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노인들 중에서도 농촌노인 자살률이 더욱 높다. 산업화 이후 한국사회는 급격히 고령화됐지만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성장 일변도로 풍족해졌지만 개인의 정서는 피폐해졌다. 사회적 스트레스를 벗어나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가 전무하다. 성인 중 15.6%가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가치관, 철학의 부재는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면 ‘묻지마 범죄’가 되고, 내부로 향하면 자살로 표출된다.
‘인간본성의 파괴, 공동체의 해체, 물질주의적인 무한경쟁, 최소한의 인간적 자긍심과 고결함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시장주의의 전면적·총공세적 침투, 나와 타인을 끊임없이 갈라놓음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본위주의(81쪽)’라는 어둠의 뿌리가 너무도 깊게 배인 우리 사회에서 절벽에 내몰린 민중들의 피폐한 삶은 자살이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한다. 말만 그럴듯한 신자유주의의 진면목은 절대자본주의, 시장전체주의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글로벌화된 세계경제 체제에서 가장 밑바닥 사람들의 삶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모자르는 비정규직과 동남아의 이주노동자들, 농약을 마실 수밖에 없는 농민, 중국의 농민공, 제3세계의 여성과 아동 노동력 착취의 결과다. 현재 세계의 절반 이상은 굶주리고, 5초에 한명씩 어린이가 굶어 죽는다. 이러기에 민주주의란 먹고 사는 일에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소득의 5%만 나누어도 세계적인 빈곤은 퇴치된다. 조금만 나누면 매년 1천만명에 달하는 굶어죽는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
나는 녹색평론을 통권 100호부터 정기구독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반 정도는 매달 우편으로 배송되는 격월간지에서 익히 보았다. 복습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다. 이반 일리치, 톨스토이, 함석헌, 간디, 리영희, 리 호이나키, 웬델 베리.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 시대의 양심들이다. 마몬은 신약에 나오는 인간을 타락시키는 탐욕의 화신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원리는 경제성장이다. 즉 물질적 부(마몬)에 대한 탐욕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저자는 현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여성신학연구소 소장이다. 한국교회는 60 ~ 70년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공동체가 파괴되고,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급성장했다. 교회는 어리석은 대중의 욕망에 아첨해 예수를 버리고 마몬을 가르쳤다. 그리고 ‘교회재벌’이 되었다. 한국교회는 ‘마몬의 교회’로 타락하여 종교의 탈을 쓰고 민중을 지배하는 허위의식으로 가득찼다. MB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한국 보수 교회의 공헌은 참으로 컸다. 무려 300만표를 던졌다. 막바지에 치달은 '고소영' MB 정권의 패악질은 극에 달해 4대강 사업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1/4이 기독교 신자인 대한민국의 몰골이 이 정도로 타락했는데, 만약 그들이 꿈꾸고 바라는 이 땅이 신성국가가 된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백주대낮에 고성방가로 떠들어대는 그들의 몰염치로 대변되는 한국교회의 타락은 무저갱에 빠져 들었다. 예수가 한국 교회의 행태를 본다면 도대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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