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땅의 옹호

대빈창 2008. 11. 17. 16:16

 

 

책이름 : 땅의 옹호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땅의 옹호'는 녹색평론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철의 두번재 사회비평집이다. '99년 '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이후 9년동안 환경인문 격월간지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을 한데 묶은 것이다. 나의 '되새김글'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출판사가 녹색평론사일 것이다. 지은이는 대구의 영남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녹색평론을 발간했는데, 4년 전부터 교수직을 버리고 이 땅의 척박한 환경생태 분야의 밭갈이에 골몰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성장과 산업문명이라는 근대화에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비판적이지만, 오히려 그의 삶의 태도는 부드럽다. 이 책의 부제를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삶을 위하여'로 붙인 이유를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투자 안내서로 착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녹색평론은 여전히 대구에서 발간하고 있지만, 새로 개설한 서울사무소에서 지은이는 빈곤하기 짝이 그지없는 이 땅의 근대지성사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동아시아 근대사상 총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땅의 존경하는 사상가로 무위당 장일순과 씨알 함석헌을 들면서 세계적인 사상가는 그 사회에 있는 사람들이 연구하고 재발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 이 땅의 생태주의 지성사는 동남아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별로 티도 안나고 생색도 낼 수 없는 척박한 토양에다 상업논리에 포로가 된 이 땅의 지식인들은 자기 임무를 방기한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지은이는 20여 년을 한결같이 일구고 있다. 그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녹색평론사의 단행본을 찾았고, 이제야 정기구독자가 되었다. 그러기에 빈 깡통이지만 나름대로 남은 생을 생태주의 삶을 경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럼 경제지상주의가 팽배한 물신의 자본주의 사회를 질타하면서, 거대 기계문명이 가져올 환경재앙에 대한 지은이의 결연한 경고를 들어보자. 녹색평론 창간 당시인 17년 전보다 현재 지구는 환경재앙이라는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편리와 풍요라는 문명의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의 승객인 인류는 스스로 지구라는 삶터를 망치는데 혈안이 된 미치광이다. 더구나 이 땅은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세계화에 앞장서면서 거짓말로 민중을 호도하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이 땅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경제는 급속히 성장한다고 매일같이 대중매체는 악다구니를 퍼붓는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근거없는 장밋빛 환상이라고 일축한다. 그것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가 깡통을 찾기 때문이다. 민중은 더 낮은 임금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멕시코시티의 거리에는 나이어린 소녀, 소년(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앵벌이)들이 지천이다. 그들은 껌을 팔거나, 구두를 닦아 밥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단 자유무역협정으로 떼부자가 된 소수의 특권층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 농업은 철저하게 붕괴되고 민중들의 삶은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땅의 위정자들은 농업인구는 10만명이면 족하다고 한다. 그 대안으로 해외에 식량기지를 건설하면 된단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세계는 날이 갈수록 식량 파동으로 폭동이 발생하는데, 식량기지 소유국이 우리나라에 얼씨구나 식량을 보내줄까. 무한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그런 얼빠진 나라는 관념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단적으로 이땅은 아직 멀었다.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가장 높은 갯벌을 깔아뭉개고, 동양의 두바이를 건설하겠다는 미친 짓거리가 오늘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중독된 개발지상주의는 곧 환경 재앙으로 인한 지구의 죽음으로 인류의 공멸을 앞당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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