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아내가 결혼했다
지은이 : 박현욱
펴낸곳 : 문이당
박현욱의 세번째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문학상 공모사상 최대 상금 1억원을 자랑하는 세계문학상 제2회 수상작이다. 등단작인 2001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인 '동정없는 세상'과 2003년 발표된 '새는'은 성장소설로 모두 장편소설이다. 뒤늦게 작가는 '그 여자의 침대'라는 단편소설집을 출간했다. 낙양의 지가를 들썩이게 만드는 인기작가 박민규와 그 모양새가 흡사하다. 작가 박민규는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킅럽'이라는 두 개의 장편소설로 문학상을 석권한 뒤 뒤늦게 단편소설집 '카스테라'를 출간하였다.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표제를 보면서 나는 이 사회의 보편적 윤리의 소유자로서 당연히 이혼한 전처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떠 올렸다. 하지만 책을 감싼 띠지의 두 남자와 결혼해 버린 발칙한 아내!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유쾌한 반칙 플레이"라는 광고 카피같은 문구를 보면서, 이 소설의 제목에 우리 사회(견고하다 못해 완강한 가부장적 봉건의식에 찌든)의 통념에 핵폭탄만한 위력의 충격을 가하는 도발성을 내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소설에는 단 3명의 인물만 등장한다. 1명의 아내 '인아"와 아내를 공유한 2명의 남자 '덕훈'과'재경'이 모두다. 즉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주의자(진정한 주의자 아내 인아와 아내를 뺏길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조한 첫 남편 덕훈이나, 절반이라도 공유하고픈 후발주자 재경 모두)들이 연애, 결혼, 부부, 가족을 꾸미는 것이 소설 줄거리의 전부다. 전통적 가부장주의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이 땅에서 등장인물의 사회생활 영위 자체가 지옥일 수 밖에 없다. 가족, 친지, 동료 간의 갈등을 풀어가는데,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현실의 벽은 버겁다. 그래서 작가는 아내의 가족을 미리 미국으로 이민 보내버린 상태였다.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딸 지원이가 태어나자, 그들은 뉴질랜드로 이민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렇게 쓰고보니, 소설에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연체동물의 흡반같은 흡인력을 설명하는데 미흡하기 짝이 없다.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당선작으로 손을 들게 만든 결정적인 힘 가독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크게 2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축구에 관련된 자료를 절묘하게 배치한 능력과 고정관념과 이데올로기를 깨뜨린 텍스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가끔 텍스트 뒤에 붙어다니는 작가의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사족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대한민국의 이영표가 한때 활약했던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핫스퍼 FC의 서포터이기도 하다)에 크게 빚을 지고 있다. 앤서니 기든스의 사랑의 3가지 분류법에서 소설속 주인공들은 합류적 사랑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나는 구태의연한 낭만적 사랑주의자가 된다. 사상과 가치관에 있어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자부했는데, 사랑만큼은 나는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신념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실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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