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녹색평론선집 2
엮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나는 책을 선택하는데 약간의 편집증적 기질을 갖고 있다. 출판사, 글쓴이, 분야별로 애착을 느끼는 곳과 사람에 집중한다.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것을 나열하면 출판사는 학고재, 효형출판, 녹색평론사이고, 글쓴이는 신영복, 유홍준, 이주헌 그리고 관심분야는 문화, 문학, 회화를 들 수 있다.' 이 말은 소설가 박상우의 책을 잡고, 1년 6개월전에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편집증적 기질이 심화됐다. 글쓴이와 상관없이 녹색평론사에서 발행한 책은 무조건 손에 넣으니 관심분야는 당연히 환경·생태·생명이다. 그리고 나머지 분야와 지은이, 출판사는 선택 기준에서 부차적이 되었다. 그만큼 나는 지구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로 초보 생태주의자로서의 현실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나의 삶이 지속되는 한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경제성장'만이 살길이라는 도그마에 빠진 이 땅의 현실에서 환경 생태 문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배부른 짓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 다큐멘터리 소재에 자주 환경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을 보면 남·북극의 만년설의 빙하가 녹고, 남극 하늘의 오존층 파괴로 구멍이 뚫려 자외선이 곧바로 쏟아진다. 지금 추세로 산업문명이 지속되면 20년 후에는 하늘 구멍이 완전히 드러나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멸종한다는 경고가 들려온다. 하지만 건설·토목 공화국인 이 땅은 눈 멀고 귀 먹은 지가 오래이다. 인류가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별인 지구가 환경 재난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산업, 도로, 공장 건설도 모자라 지구 정화조인 갯벌을 메우고 국토 지도를 바꾸었다고 떠벌린다. 하지만 개발지상주의자들도 가슴이 뜨끔하기는 마찬가지다. 빙하가 녹아 내리고, 산호초 섬 국가들이 물에 잠기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곁눈질을 주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대안(?)을 내 놓는다. 하지만 그 본질은 지금처럼 개발로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얄팍한 잔대가리에 다름 아니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당연히 죽는다. 다행이다. 우리에게 '녹색평론'이 옆에 있다는 것이.
경제동물(?)들이 탁상행정을 펼치는 목불인견의 이 땅에서 따듯한 심성으로 묵묵히 땅을 일구는 젊은 농군의 녹색평론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보너스인 단행본은 내 맘대로 '녹색평론선집 1'을 선택했다. 과월호에 대한 아쉬움을 선집 시리즈로 달래라는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나는 그 젊은 농군을 '좋은 친구'라 장난삼아 호칭한다. 볼음도에 출장을 갈라치면 그 친구 얼굴부터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겨울 친구는 나를 위해 물이 쓸어 먼 바닷길을 칼바람을 맞고, 얼음 같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그물의 숭어를 건져왔다. 비린 것을 탐하는 나를 위한 술안주였다. 말이 없는 친구의 속내를 아는지라 조금이나마 빚을 갚겠다고 한 나의 행동이 오히려 그의 머리에 쥐만 나게 만들었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이다. 이후 친구는 무거운 입을 열고 잡지의 내용에서 생경한 부분을 물어보곤 했다. 이런 농부들이 있는 한 어두운 농업, 농촌의 현실에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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