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
지은이 : 안완식
펴낸곳 : 들녘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왼편은 대빈창으로 향하는 고갯마루에 소나무가 울창한 야산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오른편은 멀리 삼산의 상봉산이 정면으로 달려들고, 사리 물때라 급하게 썬 물살이 멀리 도망가 생명의 보고인 갯벌이 온 몸을 드러냈다. 물때가 참인지라 잔잔한 호수같은 수면 여기저기 여가 보인다. 여는 물이 밀면 몸을 감출 것이다. 그리고 작은 등대가 오늘따라 부쩍 키를 늘리고 있다. 집뒤는 바로 봉구산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룬 숲은 제법 햇살이 땅바닥에 내려앉지 못할 정도로 울창하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산정에 오른다는 꿈은 아직 요원하다. 아마! 새해가 되어야 시작하겠지. 엊그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자, 나무들이 일제히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추운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워야겠지. 뒤뜰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게 조성되었다. 둔덕을 2층 계단으로 조경한 것이다. 지금은 어린 소나무와 영산홍이 대여섯 그루 자리잡고 있다. 내년 봄에 나는 소나무만 남기고, 남은 터에 매실을 3그루 정도 심고, 자두와 복숭아 묘목도 심을 생각이다. 창문 아래는 베란다다. 경사면을 수직으로 밀고 앉힌 창고의 지붕이다. 그러기에 멀리서보면 나의 집은 2층이다. 나는 새로 마련한 집을 '포탈라궁'이라고 이름 지었다. 물론 티베트 라싸의 방이 일천개나 된다는 궁전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1층 창고는 3칸으로, 문이 세 개나 된다. 2층 본집에도 유리 창문이 서너개나 된다. 창고 앞은 바로 텃밭으로 내 방 창문에서 바로 내려다보인다. 한 50평 정도 되리라. 그 밭에 토종, 재래종의 우리 종자를 심을 계획이다. 이 책은 현대농법이 상업농, 기계농으로 변화하면서 사라져가는 우리 종자의 자가채종법에 관한 실용서다. 앞선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론서라면, 이 책은 채종할 줄 아는 농부가 천연기념물이 된 요즘 세태에서 60여가지 필수작물들의 유래와 채종법, 사후관리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렇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 땅 토종을 지키겠다는 나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아주 유익한 책이다. 저자의 소박한 소망은 우리 조상들이 일궈놓은 다양한 종자의 세계를 현실에 다신 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힘주어 말한다. '채종을 하는 데 농경지가 클 이유는 없다. 한 평의 텃밭에서도 채종용 포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자가채종가를 꿈꾸면서 먼저 백합과에 손을 대 볼 계획이다. 이 책에는 파, 마늘, 부추, 양파, 쪽파 등 5가지 작물의 채종법이 실렸는데, 인경(비늘줄기)으로 번식하는 작물의 특수성이 그중 손쉽게 보였기 때문이다. 출장 중이거나 길을 걷다가도 나의 눈길은 이 다섯 작물에 집중될 것이다. 나와 인연이 되시는 분들 중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토종, 재래종이 있다면 몇 쪽 얻었으면 한다. 공짜는 다소 미안하고 쓴 소주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릴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