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대빈창 2013. 3. 8. 06:54

 

 

책이름 :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지은이 : C. 더글러스 러미스·쓰지 신이치

펴낸곳 : 녹색평론사

 

20세기 1백년동안 국가에 의해 살해된 2억 명은 대부분 비전투원인 민간인이었다. 민간인 학살이 1억 6천명이 넘었다. 그리고 살해된 사람도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1억 3천명으로 더 많았다. 평화운동가이며 정치사상가인 C. 더글러스 러미스의 명저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잡은 후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구절이었다. 나는 여기서 한국전쟁의 국민방위군 사건을 떠올렸다. 이승만 정권은 예비군인 국민방위군 50여 만명을 징집했다. 예산 착복으로 후방에서 굶어죽고 얼어 죽고 맞아죽은 이가 5만 명이었다. 전체 인원의 80%가 폐인이 되었다. 그렇다. 코스타리카가 평화헌법을 만들고 군대를 없앤 것은 침략전쟁 때문이 아니라, 군부의 군사쿠데타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책은 문화인류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인 슬로우 라이프의 저자 쓰지 신이치가 묻고, 평화운동가이며 정치사상가인 C. 더글러스 러미스가 답한 대담집이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2부는 일본 오키나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간디연구소 등 러미스 교수의 인생 역정에 담긴 사상 편력을 따라갔다. 3부 환경과 평화의 교차점이 책의 본령에 해당되었다. 지은이 러미스 교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좋다는 전체주의적 사고인 ‘에코 파시즘’을 비판했다. 그리고 경제성장 논리에 내포되어 있는 폭력의 논리를 꿰뚫어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고도경제성장사회)는 모조리 ‘전쟁상태’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이 땅은 경제성장은커녕 장기침체에 들어갔다. 웃기게도 이윤이 줄어들자 재벌기업들이 ‘국민기업, 우리기업’을 운운했다. 외국인 투자가의 지분율이 전체 주식의 절반을 넘어섰는데 '한국기업'이라니.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투자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또한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운데 단 1% 만이 기업의 새로운 자본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 99% 이상은 순수한 도박이었다. 거래되는 주식의 99% 이상이 이미 발행된 주식의 매매였다.

표지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수국 잎사귀의 이슬방울이 표면장력으로 톱니 같은 잎 가장자리에 맺혔다. 햇살이 떠오르기 전이었다. 잎들은 물기가 흥건했다. 달팽이 한 마리가 더듬이를 한껏 늘인 채 천천히 잎사귀를 횡단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풍요로움이 넘치는 삶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일과 소비에 중독된 삶을 버리고, 물건을 조금씩 줄여가며 최소한의 것만으로 별탈 없이 살아가는 인간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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