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Double 더블
지은이 : 박민규
펴낸곳 : 창비
예약발매로 서둘러 손에 넣고 2년6개월이 흘러서야 책을 펴들었다. 오늘의 리뷰는 ‘작가의 말’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했다. 이 소설집은 첫 소설집 ‘카스테라’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카스테라’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그것은 지미 헨드릭스의 데뷔앨범에 10곡이 수록되어 있어서란다. 첫 소설집은 작가에게 제23회 신동엽 창작상을 안겨 주었다. 작가는 첫 소설집 이후 두 편의 장편과 스물네 편의 단편을 써, 이중 '더블'에 열여덟 편을 추려 묶었다. 두 편의 장편은 ‘핑퐁’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다.
side A - 근처 / 누런 강 배 한척 / 굿바이, 제플린 / 깊 / 끝까지 이럴래? / 양을 만든 그 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 / 굿모닝 존 웨인 / 축구도 잘해요 / 크로만, 운
side B - 낮잠 / 루디 / 龍X4 / 비치보이스 / 아스피린 /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 별 / 아치 / 슬(膝)
이렇게 18편이다. ‘근처’는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이고, ‘누런 강 배 한척’은 2007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집에 실리지 않은 ‘아침의 문’은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에서 나는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와 ‘龍X4 ’를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읽었다. 한자 중에서 가장 많은 64획을 자랑하는 ‘수다스러울 절’은 龍 4개가 좌우위아래로 붙은 漢字다. 마땅한 표현방법이 없어「龍X4」이라고 쓴 이 소설은 작품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책의 장정은 작가의 LP 시절의 ‘더블앨범’에 대한 로망이 담겼다. 세트 박스에 담긴 두 권의 소설집 사이에 ‘ArtBook'이 끼어있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비틀즈, 롤링 스톤즈의 더블 쟈켓의 아트윅 속의 속지처럼. 나는 책 장정을 보면서 Pink Floyd의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떠올렸다. 난해한 Progressive Rock의 대표적 밴드가 73년 발표한 앨범은 빌보드 차트 역사상 가장 긴 741주 동안 머물렀다. 불가사의한 록계의 신화였다. ‘달의 어두운 부분’을 뜻하는 앨범은 인간의 소외, 편집증, 광기, 죽음 등 어두운 부분을 진보적 사운드로 펼쳐보였다.
책은 LP판 같은 사이즈로 가로 세로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 모양이다. 그리고 ‘ArtBook'에는 소설의 제목과 한 대목, 일러스트 화집이 실렸다. 「박 민 규 朴 玟 奎 1968년生. 소설가」 책날개에 적힌 글이다. 간략하다. 소설집에는 약력, 추천사, 해설이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성실하다. 춘천의 집필실에서 ’한 달에 3주를 오로지 쓰기만 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겸손을 갖추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서 쓴다.
p.s 내가 이 책을 잡고 가장 감동한 부분은 소설이 아니다. 표지 이미지의 복면이었다. 처음 나는 어리석게도 드롭킥의 명수 장영철을 떠올렸다. 복면을 쓴 작가가 두 권의 표지를 장식했다. 마스크의 주인공은 멕시코의 전설적인 레슬러 ‘엘 산토와 블루 데몬’이다.
루차 리브레(Lucha Libre)는 스페인어로 ‘자유로운 싸움’이라는 뜻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스페인어권 국가의 프로레슬링을 가리키는 말이다. 1915년 멕시코시티의 빈민가 이달고 노트우라밍에서 로돌프 구스만 웰라가 태어났다. 그가 후에 엘 산토(성스러운 사람)로 불리는 멕시코의 영웅이다. 엘 산토는 가난이 싫어 프로레슬러가 되었다. 뒤늦은 나이에 그는 ‘라데아 가발로(말타고 조르기)’라는 자신만의 특수기술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프로레슬러가 되었다. 그가 ‘신이 보낸 영웅’으로 떠받들려진 것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부와 명예를 모두 빈민구제 사업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엘 산토에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간청했다. 하지만 그는 위대했다. 그 권유를 거절하고 부패한 국회의원에게 주저 없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의 눈 밖에 난 의원은 단 한사람도 당선되지 못했다. 엘 산토는 체력훈련, 독서, 빈민구제 사업이라는 3가지 일에만 몰두했다. 68살까지 프로레슬러로 활약하다, 은퇴 후 1년만인 69살에 눈을 감았다. 엘 산토가 죽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가 잠들어있는 엔젤모슬렘 묘지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엘 산토가 얼굴에서 단 한 번도 벗지 않은 백색마스크는 그의 유언대로 얼굴을 덮은 채 무덤 속까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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