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지은이 : 윤구병
펴낸곳 : 휴머니스트
지난 달 25일 또 한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군은 명문 자사고 인문계에서 1등을 할 만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어머니께 보내는 유서에서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카톡 메시지를 남겼다. 권군은 학교폭력의 희생자도 아니었다.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미친 경쟁사회 대한민국의 명백한 교육 살인이었다. 경찰은 또 한 번 녹음된 목소리를 틀었다. ’학업 부담에서 온 우울증이라고.‘ 오바마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터지는 학생의 자살이었다. 보수언론들은 우수한 성적에 초점을 맞추어 벌떼처럼 일어나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잠잠해 질 것이다.
농부철학자 윤구병은 이렇게 일갈했다. “하루에 열 시간이 넘게 딱딱한 걸상에 궁둥이를 붙이고는, 살아가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대학입시용 교과서만 달달 외우게 밤낮으로 몰아대고 있는,······. 이 미치광이 놀음에 가장 앞서고 있는 땅이 ‘대한민국’이다. 내가 보기에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연놈들 가운데 ‘사디스트’가 아닌 놈년들이 거의 없다.”고. 이 책은 철학교수를 스스로 팽개치고 삽자루를 걸머쥔 농부철학자의 교육에세이집이다. 저자는 1995년 충북대 철학교수 자리를 내놓고 전북 부안으로 농사를 지으러 떠났다. 부안 변산은 바다, 들 , 산이 어우러진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그는 변산에 자급·자족하는 느슨한 지역·소농공동체를 꾸렸다. 변산공동체는 현재 20여구 50여명이 함께 살면서 일하고 먹고 배운다. 논 7천평과 밭 8천평을 완전 유기농법으로 일궈 자급을 한다.
저자가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쓴 글에서 ‘흙을 밟으며 살다’는 ‘공존’을,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는 ‘생태’를,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는 ‘교육’을 주제로 묶어 3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가장 책술이 두꺼운 이 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이후 2년만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도시의 더러운 교육은 ‘남의 몫을 가로채는 법과 잔머리 굴려 불쏘시개감도 못되는 돈만 산더미처럼 쌓아올리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여기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다. 이에 공동체의 아이들 교육은 ‘일과 놀이, 공부가 하나 되는 배움’을 추구한다. 인간을 살리고 인류 생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교육이 수십 만 년 동안 무상이었듯이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무상이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몸 놀려 일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서 궁둥이 붙이고 사는 사람보다 훨씬 더 사람대접을 받고 사는 세상’을 꿈꾸는 농부철학자는 변산에 와서 진짜 교육을 받았다.
“할머니, 콩은 언제 심어요?”
“으응, 올콩은 감꽃 필 때 심고, 메주콩은 감꽃이 질 때 심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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