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 7명은 정오에 경인북부수협앞에 모였다. 승합차 뒷칸에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담은 바퀴달린 가방을 싣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거리는 한산하여 오후 1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3층 출국장 로비의 한 벤치에 쌓아논 짐을 가이드가 지키는 동안 일행은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 지하1층 한식당으로 향했다. 우거지갈비탕이 한그릇 만원으로 비쌌다. 한술더떠 국물이 미적지근했다. 넓은 홀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통과하기도 쉽지않게 빼곡히 들어찬 테이블마다 식객들이 가득했다. 국물이 뜨겁지 않을수록 사람은 음식을 빨리 먹는다(?). 일행은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 들러, 눈요기로 시간을 때웠다. 흡연실만 보이면 끽연 욕망이 아귀처럼 들러 붙었다.
4시 5분 태국 방콩행 대한항공 기내, 나의 좌석번호는 59K로 오른쪽 창가였다. 나는 비행기 탑승이 처음이었다. 기내 좌석은 무궁화호 열차보다 비좁았다. 두 개의 통로와 횡으로 10개의 좌석이 일렬로 늘어섰다. 즉 오른편창가에 잇대어 3좌석, 통로, 중앙 4좌석, 통로, 오른편 3좌석으로 배열되었다. 좌석의 비좁음으로 인한 갑갑함을 기내를 수시로 오가는 스튜디어스의 상냥한 미소가 상쇄시켰다.
드디어 거대한 동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걸음 후진하고, 날개 후면을 접었다, 폈다 이륙 준비운동을 했다. 해는 서녘에 떠있고, 한바퀴 회전한 비행기는 다시 좌회전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등 좌우에서 배웅하는 비행기들을 서서히 사열하며 지나갔다. 다시 좌회전, 직선 활주로에 접어드니, 좌우는 드넓은 잔디밭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대붕, 가속도가 붙으면서 그 웅장한 떨림이 내 몸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남녁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대붕처럼, 비행기는 온몸의 힘을 다한 달음박질 끝에 발돋음에 성공했다. 이륙, 고도상승. 나의 좌석은 동체 후미로 오른쪽 날개 1/3이 드넓은 하늘을 가렸다. 대붕의 노선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해 수면에 안개가 밀려 들면서 그 틈새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보
였다. 옹진군을 형성하는 작은 섬들이 눈아래 보이더니, 기체가 상승하면서 바다는 점점 안개에 잠겨 들었다. 이제 시야에 하늘밖에 없다. 붉은 해가 가장 높이 떠있고, 흰 뭉게구름이 바로 아래 진을 쳤으며, 시야 맨 아래는 하늘색 라인이 일직선으로 그어졌다. 얼마후 탁한 회색빛 속으로 얼핏 섬들의 녹색 나무들이 보였다. 고도를 낮춘 것이다. 지금 비행기는 태안반도로 접어들었다. 드넓은 녹색 바다에 점점이 섬들이 보였고, 그 사이로 성냥개비만한 배들이 흰 포말을 가르며 나아갔다. 완벽한 부감법으로 재현한 태안국립해상공원의 수채화였다. 기내 멀티 화상 자막의 속도는 720㎞ 이었지만, 실제 내 몸이 느끼는 속도감은 5㎞도 안되었다. 속도감은 청각으로 다가왔다. 귀가 멍멍해지기 시작했다.(계속)
p.s 이 글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10년전 해외여행기다. 일행은 7명으로 3박5일동안 태국을 여행했다. 빈부 격차가 심한 태국을 관광하면서 깔보는 시선이 담겼을지도 모르겠다. 코끼리는 덩치가 거대하지만 발걸음은 사뿐하다. 그시절 나의 한계였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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