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현지시각 밤 8시 5분 방콕국제공항. 입국절차가 간단했다.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서니, 후덥지근한 남국의 열기가 온 몸을 감쌌다. 일행은 가트에 여행용 가방을 싣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는 더운 열기를 피해 에어컨이 가동중인 실내로 서둘러 돌아섰다. 현지 가이드로 한국 남성과 태국 여성이 소개되었다. 2층버스 높이의 관광전용버스가 우리의 3박5일 태국여정 발이 되었다. 태국 현지기사와 조수석의 젊은 태국 청년도 일행이 되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면서 일행은 가이드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 남성가이드 는 36살이었다. 태국 여성가이드는 태국관광청 소속 공무원으로 이름은 '팜' 나이는 28세로 처녀였다. 태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국의 관광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공무원 가이드를 한명씩 배정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고령(?)인지라, 앞으로의 일정동안 '형님'들로 모시겠다고 가이드 특유의 붙임성을 내보였다. 가이드는 태국의 특성을 간단하게 3가지로 요약했다. ①미소의 나라 - 관광선진국이라는 인식이 몸에 배어 있음. ②불교의 나라 - 태국민의 94%가 불교신도. ③ 자유의 나라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 방콕 중심부의 거대 빌딩과 판자촌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까지도. 덧붙여서 여권을 비롯한 개인 소지품의 도난에 주의를 강조했다. 지금 태국의 기후는 우기라, 하루에 2 ~ 3번씩 열대강우인 '스콜'이 나타난다고 했다.
일행은 드디어 4성급 호텔인 “Radisson"에 여장을 풀었다. 짐은 호텔 보이들이 방까지 운반해 주었다. 가이드의 안내대로 나는 보이의 손에 1,000원을 집어주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그가, 어눌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촌놈기질이 농후한 나인지라, 호텔 객실이 무슨 진시황의 아방궁처럼 보였다. TV를 트니, 도통 알 수없는 빠른 말투의 태국어만 소음처럼 쏟아졌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로 들어섰다. 남국의 열기가 몸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반바지와 런닝 차림으로 고국의 어머님께 안부전화를 걸었다. 냉장고의 생수는 유리병으로 뚜껑은 우리나라 맥주처럼 왕관모양인데 캔따개가 달렸다. 나는 손목시계의 시침을 뒤로 2시간 늦추었다. 로밍한 휴대폰은 자동으로 태국 현지 시각에 맞추어져 있었다. 11시 30분. 23층 방으로 일행이 모두 모였다. 한국가이드까지 모두 9명이었다. 우리는 여행용가방에 챙긴 팩 소주를 따고, 안주로 컵라면을 끊였다. 가이드가 한국의 대표 먹거리의 태국 현지가격을 일러주었다. 진로소주 2홉 1병당 16,000원, 사발면 1,600원, 박카스 1,200원. 이국에서의 첫밤이 고국에서 가져온 술과 함께 익어갔다. 자정을 넘겨 일행은 각자 제방으로 흩어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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