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조화로운 삶

대빈창 2013. 12. 18. 07:52

 

 

책이름 : 조화로운 삶

지은이 : 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옮긴이 : 류시화

펴낸곳 : 보리

 

100세 생일을 맞은 그는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그리고 18일 만에 위엄 있게 다른 삶으로 옮겨갔다. 그 마지막 여행을 지켜본 부인은 슬픔 없이 그가 해방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메인 주에서 숨을 거둔 그는 스코트 니어링(1883 ~ 1983)이고, 부인은 헬렌 니어링이었다. 올해 8월 24일은 스코트 니어링 탄생 130주년이면서, 사망 30주기이기도 하다. 3년 전 나는 헬렌 니어링의 남편에 대한 헌사로 바친 ‘아름다운 삶, 사람 그리고 마무리’를 잡으면서 벅찬 감동을 받았었다. 헬렌과 스코트는 미국이 일차대전을 치르고, 대공황의 늪에 빠져들자 뉴욕을 떠나 버몬트의 작은 산골로 들어갔다. 이 책은 1932년부터 1952년까지 버몬트 산골에서 살았던 스무 해의 기록이다. 두 사람은 산골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을 적어도 절반 넘게 자급자족한다. 스스로 땀 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양식을 장만한다. 그럼으로써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에서 할 수 있는 한 벗어난다. 돈을 모으지 않는다. 따라서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한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해 낸다. 집짐승을 기르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자본주의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자연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은 ‘오래된 미래’의 삶이었다.

부부는 하루 여덟 시간 중 네 시간을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 바쳤고, 나머지 네 시간은 자기가 알아서 시간을 보냈다. 13년 동안 숲속 농장에 돌집을 열 채 가까이 지었고, 건강한 땅에서 자란 좋은 곡식을 밭에서 직접 가져와 가공하지 않고 싱싱한 채로 그대로 먹었다. 숲속의 사탕나무에서 단풍시럽을 만들어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고 할 수만 있다면 직접 손으로 모든 양식을 길러먹고, 집 밖에서 돈으로 사야 할 물건들을 최소화했다.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 가는 것이다.”라고. 풀룻을 부는 부부, 사탕단풍나무 숲, 노동하다 휴식중인 부부, 돌집 짓기, 콩 버팀목 세우기, 채소 가꾸기, 시럽을 끊이는 헬렌, 방문객들과 환담하는 헬렌, 완성된 돌집, 손수 가꾼 먹을거리 등. 책에 실린 흑백사진들이다. 문명에 저항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산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이 땅에 소개해 준 보리출판사가 새삼 고마웠다. 니어링 재단은 인세를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한다. 두 권의 책을 더 잡아야겠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과 ‘스코트 니어링 평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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