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지은이 : 이종호 외
펴낸곳 : 황금가지
나는 인터넷 서적에서 책을 구입할 때, 맘에 드는 신간을 한권씩 그때마다 사는 것이 아니라, 가트에 책들을 쌓아놓고 일정 금액이상일 때나, 한두달 묵은 다음 일괄적으로 주문한다. 이유는 배송비 무료라는 유혹과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할 때 떨어지는 포인트 때문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같은 액수의 현금에 해당된다. 포인트가 쌓이다보면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시리즈는 7만5천원이었다. 여는 책들은 출간되고 한달기간 동안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 '한국건축'의 쿠폰은 1만원이었다. 그동안 쌓인 포인트와 할인 쿠폰, 10% 할인된 가격에 캐쉬백 포인트까지 활용하니, 배송비마저 무료라 꽤나 두꺼운 부피의 책을 공짜로 얻은 느낌이다. 물론 온라인 서적의 영악한 상업주의 술수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 지적 호기심(자기 관심분야)을 충족시켰을 때 그 만족감은 보통 이상이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위에서 일정 금액은 5만원이다. 가트에 쌓인 책값의 총액이 턱 아래이지 않은가. 그때 눈에 뜨인 책이다. 거기다 할인쿠폰까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나의 판단력도 더위를 먹었는 지. 아니면 '밀리언셀러 클럽'이라는 못돼먹은 속임수에 넘어간 것인지, 덜컥 주문을 하고 말았다. 글머리부터 무슨 뚱딴지같은 장광설인가. 한마디로 마음에 들지않는 책읽기였다.
이 책에는 10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있는데, 십중팔구 엽기적인 토막 살인을 다루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정말 잔혹의 도가 높을수록 독자의 공포감이 증대될는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의 공포소설을 처음 접해본다. 학창시절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을 잡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공포소설도 황당함과 괴이함을 넘어서 현실 사회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공포를 내장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공포 소설에서 '공포'보다는 '소설'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소설적 형상화에 턱없이 부족한 문장으로 무조건 피와 살과 뼈가 튀긴다고 공포소설이 된다고 볼수 없다. 뒤에 실린 평론에서 밝혔듯이 '공포와 혐오의 혼돈 곧 고차원적인 공포가 아닌 질펀한 불륜과 치정에 대한 보복의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설 모음집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온라인에서 유통되던 게토 장르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쾌거를 이룩했지만, 아직 갈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밀리언셀러 클럽'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소설의 위기 시대를 맞아, 읽기의 즐거움을 극대화시켜 독자들을 다시 끌어들인다는 거창한 포부는 가상하지만, 영화와 소설의 대척점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 흥미 위주의 장르 소설이 순수문학 독자들을 끌어 들인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영화와 소설은 스토리를 공유하지만, 서로 호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문자예술이지만, 영화는 시각예술이라는 근원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작가 방현석은 '소설의 길, 영화의 길'에서 '인간의 사유가 언어에 기반하고, 언어를 구성하는 핵심 수단은 문자로서, 사고를 구축하고 조립하는 문자가 해야 할 몫이 소설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