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지은이 : 오주석
펴낸곳 : 솔
그림에 까막눈인 나는 두 분의 멘토(조언자)를 모시고 있다. 얼핏 들으면 무슨 미술에 대단한 식견을 갖고 두 분의 스승에게 사사(?)를 받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건방진 말투지만, 그런대로 책을 통해 충실히 그 분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서양미술을 맡고, 한국화(옛 그림)의 멘토는 오늘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내셨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옛말을 즐겨 인용하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강연을 펼친 미술사학자 오주석 선생이다. 그 강연을 묶은 것이 '솔'에서 출간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우리 옛그림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어설픈 앎으로 무엇이 좋은지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었던 나에게, 선조들의 그림을 볼 수있는 안목을 자상하게 일러 주시던 선생이 급작스럽게 타계하셨다. 그것도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책으로만 선생을 접하던 나의 인연적 한계였다. 그동안 나는 고 이동주 선생의 '우리나라 옛그림'과 미술평론가 이태호의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같은 책으로 옛그림에 대한 청맹과니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다 '99년 선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을 잡으면서 시야를 가렸던 안개가 걷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림은 단순히 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으면서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림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 선생의 자상하고 해박한 설명으로 가능하였다. 책은 2006년 2월에 출간되었는데, 나는 그때 구입하고도 한심하게 이제야 책을 펼쳐든 것이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에 매료된 나는 오매불망 2권이 출간되기만을 기다렸다. 1권 뒷날개에는 분명 근간이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2권의 목차까지 나열되어 있었다. 지금 대조해보니 우리 옛 그림 5점이 빠졌다. 다시말해서 선생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투병 중에도 글을 이으시다가 끝내 마무리를 짖지 못하셨다. 그러기에 2권은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에서 책을 내었다. 선생의 마니아인 나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는 5점의 그림은 이렇다. '일월오봉병', 이정의 '묵죽도', 이암의 '화조구자도', 이인문의 '지두산수도', 신윤복의 '미인도'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에는 6점의 조선시대 그림이 등장한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와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이채 초상'이다. '즐거움 1'에는 모두 11점의 그림에 대한 선생의 설명이 실려있고, 예정대로라면 '즐거움 2'에도 11점의 그림 설명이 실렸을 것이나, 선생은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이 책 말미에서 선생은 '이채 초상'을 설명하면서 막돼먹은 세상을 이렇게 한탄했다. '우리 시대도 〈이채 초상〉과 같이 뛰어난 초상화를 남길 수 있을까? 나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초상 작가가 드문 것이 첫번째 이유이긴 하지만 꼭 그런 까닭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저 그림의 주인공 같은 인물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선생 사후에도 뛰어난 우리 옛 그림 길잡이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미술평론가가 드문것이 첫번째 이유이긴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선생처럼 진솔한 애정을 갖고 선비의 마음 자세로 우리 옛 그림을 대하는 인물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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