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대빈창 2007. 9. 9. 11:27

 

 

책이름 :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지은이 : 박영근

펴낸곳 : 창비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치고 한번쯤은 흥얼거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본격적인 집회나 행사의 전야제에서 민중가수 안치환의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세상도 많이 변했다. 90년대에는 공중파 방송의 음악회에서 전파를 타더니, 21세기에는 힙합그룹의 래퍼에 의해 읊조려지기까지 한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투쟁 현장에서 살벌한 분위기가 빚어내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감을 고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노래로, 70년대에는 상록수가 있었다면, 80년대에는 단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꼽을  수 있다. 바로 80년대 노동현장, 대학가 등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인이 박영근이다. 시대의 질곡에 맞서 또는 간고한 민중의 삶에 가슴 저려본 사람은 노동시인 박영근이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시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기에 맞춰 창비에서 펴낸 유고시집이다, 양장본으로 원고지에 한자 한자 뜸을 뜨듯 써내려간 육필원고 2편과 노동자의 삶과 문학 활동을 담은 스냅사진 16장 그리고 44편의 유고시와 시인 백무산, 김해자와 환경운동가 허정균의 3편의 발문으로 엮였다. 시집 말미에 연보, 수록자 발표지면과 편집후기가 실렸다. 시인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까, 수록된 시편마다 죽음의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시집에 실린 '겨울 선두리에서 1'의 첫 구는 이렇게 시작된다. '강화 앞바다 선두리'로. 시인은 언제 강화에 찾아 온 것일까. 갯벌에 서서 갯바람을 맞으며 붉게 타오르다 스러지는 서해의 저녁 노을를 바라보며 자기 삶의 마지막을 들여다 본 것은 아니었을까. 가난한 삶을 살았던 시인은 몇해 전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외에 나갔다. 광활한 몽골초원. 거기서 얻은 시편이 '몽골 초원에서'라는 연작으로 시집에 4편이 실려있다. '몽골 초원에서 2'라는 시의 한 구절은 이렇다. '나 별자리에 누워 환히 흘러가리라'다. 여기서 유고시집의 표제를 따 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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