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소설 이천년대

대빈창 2007. 9. 14. 11:51

 

책이름 : 소설 이천년대

지은이 : 박민규외

엮은이 : 민족문학연구소

펴낸곳 : 생각의 나무

 

'전망없는 청춘들이 쏘아올린 상상력의 폭죽, 이천년대' 뒷장 표지에 실린 표사의 고딕체 글자다. 그렇다. 폭죽은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다. 나는 2000년대라는 시대 가름으로 우리의 소설을 얘기할 때, 요즘 발표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뭔가 허공에 발을 헛디디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근대적 일상의 억압 구조를 차분하게 음미하지 않고 늘 꼭지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욕망을 표출'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이천년대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젊은 비평가들의 모임인 '민족문학연구소'가 시대별로 소설 경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꾸민 앤솔로지다. 민족문학연구소는 '비평과 문학 연구를 생산적으로 접목시켜 민족문학의 미적 갱신을 위한 실천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자, 우리나라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소장 비평가들의 모임이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홍기돈, 고명철이 소속되어 있어, 내가 책을 구입하게 된 요인이다.

책은 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의 소설을 한 공간에 묶어, 10년 단위로 대표할 작품들을 모았다. 다시 말해서 3권의 시리즈로 발간된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 소설들은 여러 문예지와 단행본으로 익히 접해본 작가들인지라, 나는 낯선 2000년대를 선택했다. 이 책은 13편의 단편소설과 4편의 해설이 실려있다. 500쪽에 가까운 부피를 자랑하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기에 책 말미에 실린 해설도 4명의 평론가가 등장하여, 소설 3 ~ 4편씩을 분담하여 평론을 엮었을 것이다. 2000년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젊은 문학평론가들은 '대항적, 대타적 의식이 불러오는 강박과 포즈에서 한결 자유롭게 문학적 상상력'을 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시인 고은의 '내면에 대한 추구는 문학의 지옥이 될 것'이라는 말을, 아직 이 땅의 소설에서는 유효한다고 본다. 여러가지 음식이 담긴 상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맛난 것을 고르라면 나는 김재영의 '아홉 개의 푸른 쏘냐'와 전성태의 '늑대'를 손꼽겠다. 그것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하위 분업 국가로서 한국은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또다른 제국주의적 역세권을 형성하는 주축국'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피해자이면서 비극을 다른 국가에 발생시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환기시킨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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