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지은이 : 최재천
펴낸곳 : 궁리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과 인간'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학문의 출발지 그리스에서는 이에 대해 연구하는 '자연철학'이 곧 학문의 출발점이 되었다. 자연철학은 '자연의 기원과 존재 그리고 운행원리에 대해 연구하고, 얻은 지식을 학습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과학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지식(scientica)에서 유래한 말로 근세에 자연철학은 여러 갈래로 분과되었다. 즉 자연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을 가리킨다. 책을 가까이한 지 20여년이 되었다. 80년대는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모두가 사회과학도였다. 시대적 상황이 요구하는 중압감이 혈기 넘치는 청년들에게 부과한 과제로, 아니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역사적 임무였기 때문이다. 계급·민중이라는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날이다. 현대판 제국주의인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지구촌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망 부재의 시대적 상황에 젊은이들은 쿨(?)한 개인적 가벼움에 매달리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나는 인문학 계열의 책을 잡기 시작했다. 책장에는 80년대의 사회과학과 현재 진행형인 인문학 계통의 책들이 쌓여갔다. 다시한번 훑어봐도 자연과학 책은 손꼽을 정도다. 그중 3권이 눈에 뛴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생물학의 거두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알이 닭을 낳는다'와 이 책이다. 자연과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동물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친근하고 쉽게 대중적 글쓰기로 독자를 찾은 저자에게 매료된 것이다.
이 책은 자연과학의 동물행동학을 통해 동물의 생태와 행동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올바른 관계정립을 모색한다. 현재 인간은 자기 잇속대로 자연을 파괴하여 스스로 환경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동물과 식물의 공생 진화를 통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은 공존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은 계통분류에서도 나타난다. 유인원 중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다른 것은 오랑우탄이지만, 인간은 분류군에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를 함께 묶어 유인원과로 만들고, 인간만은 인류과로 분류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오랑우탄과 침팬지보다는 침팬지와 인간이 훨씬 가깝다. 지구의 탄생에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하루로 계산하면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23시 59분 55초였다.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늦게 태어난 막내가 삶의 토대인 지구를 못쓰게 만들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라 조심스럽지만, 녹색평론에 실린 어느 환경운동가의 자학적인 절규를 인용한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종은 암세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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