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핑퐁
지은이 : 박민규
펴낸곳 : 창비
작가 이외수는 박민규의 소설모음 '카스테라'의 추천평에서 신진작가를 이렇게 극찬했다.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정말 극찬의 도를 넘어서 문단의 선배가 후배에게 드리는 찬양으로 들릴 정도다. 어떻게 이런 평이 가능한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일까. 박민규의 소설은 우선 재미있다. 책을 들면 손에서 떼어놓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실험적이다 못해 전위적인 문장력, 새로운 감각과 재치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발한 착상이 한데 어우러져 일으키는 흡인력이다. 또한 이외수와 박민규는 기인적인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문학 외적인 쇼맨쉽이 강하다. 그들 특유의 튀는(?) 행동에 일반 독자는 열광하는가. 하긴 '미코 출신의 부인과 황신혜 밴드에서 연주하는 소설가'라는 가십거리가 책이 읽히지 않는 이 사회에서 오히려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본질적인 요인인지도 모른다. '가재는 게 편'일지도 모른다고 쉽게 치부할 수 있지만, 박민규 소설에는 마약같은 중독성이 내장되어 있다. 어떤이는 대중매체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그들의 경도된 문학 상업주의에 눈살을 찌푸린다. 문인·문학 신비주의에 빠진 대다수 대중들의 저열함을 탓해야 하는가. 하긴 보기 나름인지도 모른다.
박민규는 요즘 문단에서 가장 잘 나가고, 가장 잘 팔리는 작가다. 작가는 현재 3권의 장편소설과 1권의 소설모음집을 출간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다. '핑퐁'은 작가의 최근 장편소설이다. 그리고 2005년 신동엽창작상 수상작인'카스테라'는 소설모읍집이다. 나는 그중 '카스테라'와 '핑퐁'을 잡았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다. 70년대 김수영과 쌍두마차로 민중문학을 이끌던 시인 신동엽을 기리는 문학상 수상작치고는 너무 가벼운 재미에 치우친 작품이 수상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그만큼 시인 신동엽이라는 거목이 드리운 그늘은 넓고 깊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신동엽창작상 수여자는 '창비'다. 그리고 '핑퐁'은 계간지 '창비'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이런 나의 미심쩍은 의문은 거대출판사로 성장한 '창비'의 요즘 행태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권력의 한 축을 차지한 것이다. 70 ~ 80년대 독재정권시절 첨예한 저항정신을 무기로 문단의 진보진영 참호를 자임했던 날선 의식이 많이 무디어 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5점의 일러스트와 가공의 작가인 '존 메이슨'의 '방사능 낙지'를 비롯한 짧은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액자소설의 형식을 띤다. 하긴 박민규 소설의 최대 장점은 단숨에 읽힌다는 매력이다. 하지만 '슬롯'에서 비판한 개연성 문제에서 박민규 소설도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한술 더떠 '아무튼 그랬다'와 같은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앞뒤 인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어떤 이해도 필요없이 무턱대고 그렇다는 것이다. 독자인 나로서는 '아무튼 전혀 설득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벼운 재미가 주는 속도감 있는 문체로 가독성은 높지만, 리얼리즘 시각으로 보면 한편의 블랙코미디일 수 밖에. 나의 판단이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앞선 두권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 초기작의 신선함에 이끌리는 것이 나의 문학적 취향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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