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신비한 밭에 서서
지은이 : 가와구치 요시카즈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들녘
20대 후반 이 땅에서 대접받는 지식인을 향한 여정을 가다 기차에서 뛰어내려 자연농법으로 살아가는 옮긴이의 삶에 반했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생활이 어언 9년을 넘었다. 젊은 날 배낭을 메고 떠돌아다니던 역마살이 잔존했는지 불시에 외로움이 엄습했다. 그때마다 외진 산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를 생각하며 책갈피를 뒤적였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에서 ‘시코쿠를 걷다’까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서 ‘나무에게 배운다’까지. 천등산 박달재 산속에서 풀과 나무와 벌레와 짐승까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이가 쓰거나 옮긴 책들이 나의 외로운 어깨를 도닥였다.
들녘의 귀농총서 2권. 저자는 일본의 자연농법 양대 대가 중 한 분인 가와구치 요시카즈다. 다른 한분은 녹색평론사에서 얼굴을 내민 ‘짚 한오라기의 혁명’의 후쿠오카 마사노부‘로 두 책의 옮긴이는 같다. 후자가 철학자의 모습이 강하다면 전자는 실천적 농부다. 가와구치 요시카즈는 2400평의 논밭을 일구는 일본 평균적인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중학을 졸업하자마자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20년 넘은 관행농법은 필연적으로 심신을 병들게 했다. 농작물과 잡초, 벌레가 서로 공생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생명 순환의 농사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바로 자연농법이다.
- 밭을 갈지 않는다.(無耕耘, 무경운)
-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사용하지 않는다.(無肥料, 무비료)
-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無農藥, 무농약)
- 풀을 뽑지 않고 벌레도 죽이지 않는다.(無除草, 무제초)
‘질소, 인산, 칼리의 삼 요소를 벼와 채소에 주면 좋다는 생각에서 자연계로부터 뽑아내어 그것을 논밭으로 가져와 갈아 넣고 흙에게 강제로 투여하여 벼와 채소에 먹이지만 벼와 채소의 생명력은 갈수록 부족해지기만 한다.’(133쪽) 저자는 말했다. 더 나아가 친환경 농법에서 이용하는 ‘퇴비는 화학비료나 합성비료가 아닌 살아있는 비료이기는 하지만, 미생물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물질로 그것도 참이 아니다.’(191쪽)라고. 표지 그림처럼 벼도 물이 잠긴 논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풀과 함께 맨 땅에서 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현재 지구상 인구는 72억이다. 물론 기아 인구 증가는 생산량보다 분배의 문제가 더 크다.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구의 적정수는 10억이라고 한다. 현 시스템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값싼 석유 때문이다. 지구 생태계 파괴는 나흘에 100만명씩 증가하는 인류의 과도한 자연 약탈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