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숲과 미술

대빈창 2014. 8. 4. 07:15

 

 

책이름 : 숲과 미술

엮은이 : 송형섭

펴낸곳 : 수문출판사

 

○ ○ ○ 氏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마음에 남는 글 기대 할께요.

                                                                         99. 7. 30   ○ ○ ○ 드림

 

‘나무와 숲이 있었네’ 속면지에 적힌 글귀다. 그 시절 나는 학고재 신서1으로 출간된 故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넋을 완전히 뺏겼다. 이후 학고재에서 출간된 책들을 무조건 손에 넣었다. 나는 생일이 며칠 지나 반강제적으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나무와 숲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책이 학고재에서 출간된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본말이 전도된 ‘편집증적 소유욕’이었지만 나는 서서히 이 땅의 나무와 숲에 시선을 돌렸고, 내 책장에 하나 둘 책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나무와 숲이 있었네 ; 지은이 - 전영우 ; 학고재 ; 초판 1999년 발행

숲과 미술 ; 엮은이 - 송형섭 ; 수문출판사 ; 초판 2001년 발행

 

두 권의 책이 세상의 빛을 본 시간 차이는 고작 21개월이었다. 하지만 나의 손에 들려 지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두 책의 인연을 찾자면 지은이와 엮은이가 ‘숲과 문화 연구회’ 운영위원이라는 것뿐이다. 이 단체는 숲을 사랑하는 이들이 1992년에 만든 모임이다. 연구회는 매년 학술토론회를 열어 문화총서를 발간했는데, 책은 그중 9권 째였다.

숲과 미술에 관한 글들이 3부에 나뉘어 엮였다. 1부 '숲을 그리는 사람들'은 화가 8명의 소나무와 백두대간 숲길, 문경새재와 곤충들 그리고 산청 단속사터 정당매에 관한 글이 모였다. ‘젊은 시절 본인의 관심사는 인간의 사회였고, 시대성에 처한 상황이 그림의 소재였으며 그것은 한국적인 소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26쪽) 표지그림(꽃지에서, 1999년 작)의 화가 김경인을 나는 진즉부터 조금은 알고 있었다. 유홍준의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을 통해서였다. 80년대 김경인은 연약한 지식인의 자의식을 형상화했는데 90년대 화가는 소낭구의 멋에서 한국인의 조형의식을 찾아냈다. 2부 '그림 속의 숲'은 시인, 수필가, 산림학자 8명의 자연친화적인 장욱진론, 조선회화의 수목·소나무·산림생태학, 캐나다 여성화가 에밀리 카의 캐나다 서부 원시림 그림, 고흐와 자연, 도자기 속의 나무에 관한 글들. 3부 '숲을 통한 심성의 채색'은 산림학자들의 능호관 이인상과 소정 변관식의 소나무, 옻칠 공예, 염료식물 그리고 현석 이호신·창원 이영복·우송 김경인의 소나무 그림 소장에 얽힌 글들이 모였다.

‘숲과 문화 연구회’의 숲에 대한 인식과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요지는 이 말에 잘 담겼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지가 수백만 년 전으로 인류의 역사 90% 이상은 수렵생활로 숲이 주거였다. 바로 현대인은 엊그제 숲에서 나와 도시생활을 하고 있다. 숲은 바로 우리 인류의 고향이다.’(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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