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섬
지은이 : 장 그르니에
옮긴이 : 김화영
펴낸곳 : 민음사
우리나라의 3대 번역가로 문학계에서는 이윤기, 김석희, 김화영을 손꼽는다. 내가 알기로 이윤기는 소설과 번역도 하지만 ,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로 더욱 알려졌다. 김석희는 80년말에서 90년 초에 소설을 썼으나, 현재는 번역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중 거리가 먼 김화영은 문학평론가지만 나는 그의 책을 한 권도 잡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책 저책 들추다보면 김화영이라는 이름 석자가 곧잘 등장한다. 그것은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 '섬'의 번역자로서다. '섬'은 그만큼 많은 책 속에 인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저자들로 국한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물과 사유에 대한 글쓴이의 정서상의 문제로 나는 다만 편안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식을 한다. 이런 사정으로 번역서가 나의 눈에 뜨일 리 만무였으나, '섬'의 끈질긴 구애에 두 손 들고 말았다. 큰맘은 먹었지만 민음사에서 출간된 '장 그르니에' 선집 중 이 책만 손에 넣었다. 어떤 대단한 내용이길래. 부리나케 책 뒷갈피를 살핀다. '59년 초판 인쇄. '97년 한국판 출간. 2007년 20쇄 출간.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공작이다.
8개의 글꼭지로 이루어진 '섬'은 남프랑스 지중해의 섬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린 작가이자 철학가인 '장 그르니에'의 철학적 에세이다. 이 책은 잡은 사람 수만큼 그 느낌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도통 뭘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르니에의 문장은 사물과 동떨어져 관조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문장은 뚝뚝 끊기고, 서술어 없이 명사로 문장이 종료되기도 한다. 내가 너무 형이하학적인가. 아니면 단순무지한가. 남들은'인생의 과정과 의미를 여행에 비유하여 명상적인 언어로 표현한 철학적, 사색적 수필의 표본'으로 극찬하는데. 혹시 알베르 카뮈의 그 유명한 서문 때문은 아닐까.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그렇다. 서문 중에서 가장 뜨거운 찬사다. 장 그르니에는 알제리에서 고등학생이던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의 지은이는 생소해도 실존주의 철학자이면서 작가이던 카뮈는 익숙할 것이다. '이방인'과 '페스트'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카뮈. 책을 덮고 나는 생각한다. 형이상학적이며 관념적인 사유에 대한 나의 몰이해가 문제이거나, 카뮈의 부러움을 사고싶은 대중적 욕망이 문제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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