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대빈창 2014. 11. 10. 07:42

 

 

책이름 :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지은이 : 손철주

펴낸곳 : 현암사

 

효형출판 - 생각의나무 - 오픈하우스 - 현암사

미술 칼럼니스트 손철주의 책을 펴낸 출판사 이름이다. 책들은 얼굴을 바꿔 독자를 찾았다. 출판 관행에 어두운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사람 보는 눈」이 나의 책장에 어깨를 겯고 있다. 저자의 산문집인 「꽃피는 삶에 홀리다」는 시장바구니에 매번 들락날락한다. 그동안 나는 서양화는 이주헌 미술평론가를, 한국화는 故 오주석 선생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었다. 두 분의 공백을 이제 저자가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나는 저자의 글맛에 빠졌다.

책에 수록된 그림 대부분은 조선시대 회화로 산수화·화훼도·인물화·풍속화다. 봄·여름·가을·겨울 4부에 나뉘어 17꼭지 씩 모두 68 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화가 42명과 작자 미상의 그림으로 각 그림마다 2쪽 씩 그림의 특징, 화가의 배경, 화제(畵題) 등을 풀이한 그림 에세이다. 백매(白梅)가 만개한 전기의 <매화초옥도>에서 한겨울 매화를 찾아나서는 작자미상의 <파교 건너 매화 찾기>로 끝나는 글의 구성은 절기의 순환과 맞아 떨어졌다. 표지그림은 신윤복의 <처네 쓴 여인>이다. 그림 이름이 낯선 것은 저자가 새로 풀이하거나 지어 붙였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익숙한 그림은 고작 14점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우리가 보기 힘들었던 낯선 그림들을 많이 언급했다

 

전기 - 매화초옥도 / 최북 - 공산무인도 / 윤두서 - 쑥 캐기 / 신윤복 - 연못가의 여인 / 김홍도 - 포의풍류도 / 김두량 - 긁는 개 / 이정 - 풍죽(風竹) / 정선 - 수박 파먹는 쥐 / 김두량 - 숲속의 달 / 전기 - 계산포무도 / 김후신 - 취한 양반 / 김홍도 - 게와 갈대 / 강세황 - 자화상 / 이인상 - 설송도

 

나의 눈길을 끈 그림은 박제가의 <어락도(漁樂圖)>다. 조선 후기 실학자 그림으로 정약용의 <매조도(梅鳥圖)>만 떠올리던 나는 아둔함 때문이었다. 그림 위에 짧은 글이 얹혔다. ‘知之而問我我知之濠上也(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물었지, 나는 그것을 물가에서 알았다네.) 장자와 혜시의 논변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화제였다. 에세이 68 꼭지에서 그림아닌 것이 유이(有二)하다. 작자 미상의 <청화백자 잔받침>과 <심사검의 인장(印章)>이다. ’빨리빨리’ 무한 경쟁에 휘둘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속내를 에둘러 드러내는 선조들의 여유가 그립다. 청화백자 잔받침에 쓰여 진 대제학 이명한(李明漢)이 사옹원 봉사(奉事)에게 술잔 하나를 부탁하는 시 한편 읊어보자.(56쪽)

 

표주박 잔 소박하고 옥 술잔 사치스러워 匏尊太朴玉杯奢

눈꽃보다 나은 자기 술잔을 사랑한다네  最愛陶沙勝雪華

땅이 풀리는 봄이 오니 왠지 목이 말라   解道春來添渴病

잠시 꽃 아래서 유하주나 마실까 하네    免敎花下掬流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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