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지은이 : 성석제
펴낸곳 : 하늘연못
박물지(博物誌)란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많은 문헌을 참조하여 동물·식물·광물·지질·기상 등의 자연적인 사물·현상 등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책을 말한다. 이 책은 어디선가 한번은 들은 듯한 이야기와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지혜와 상식을 작가 특유의 픙요로운 입담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작가 성석제는 재기발랄한 문장과 경쾌하고 해학적인 위트로 현재 많은 독자를 확보한 대중적인 인기 작가다. 책은 전체 4개의 장으로 100여편이 넘는 짧은 글들로 구성되었다. '되새김'글에서는 흥미를 느낀 네댓 꼭지의 이야기에 나의 생각을 덧붙여 짧게 소개한다.
우리는 흔히 시선(詩仙) 이태백을 두주불사로 알고 있다. 두주불사란 술꾼이 한말 술도 마다하지 않는 경지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태백 시대의 한말 술은 약 6.45ℓ 였다. 그렇다면 요즘 생맥주 500㏄ 13잔으로 6,500㏄에 불과하다. 내 주위에서 이 정도의 술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도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맘먹고 들이키면 이 정도는 해치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도 두주불사의 경지에 오른 것인가. 하지만 현대의 두주불사는 불가능하다. 지금 한 말은 무려 18,000㏄로 생맥주 1,000㏄ 잔으로 18개나 된다. 부지런히 화장실을 오간다 해도, 이런 괴물을 내 주위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흔히 한국에서 수령이 가장 많은 나무를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로 알고있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팡이를 꽂은 것이 지금의 노거수로 자랐다고 하더라도 1,200살이다. 하지만 강원 정선 두위봉 1,280m 쯤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높이 17m, 가슴높이 둘레 4.3m의 보잘 것 없는 풍모이지만, 나이는 1,400살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음식점은 대략 60만개다. 이것은 경제활동인구 50명당 식당이 하나라는 것을 말한다. 매달 2만개의 식당이 새로 문을 열고, 1만5천개의 식당이 파리를 날리다 문을 닫는다. 또한 현재 50만명의 외식 창업 희망자가 대기중이다. 그런데 창업 후 3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10%에도 못 미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식당도 60%나 된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듣는 한국에서는 '먹는 장사'를 해야 이윤이 남는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었다. 하긴 집안 살림을 남의 손에 맡긴 IMF란 이렇게 파리만 살판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세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이라크의 타국 주둔군은 얼마나 될까? 미군이 16만 명으로 가공할 군사력을 자랑하고, 그 동맹국(?)으로 영국군이 8,500명, 한국군이 3,200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은 제3세계 출신 전직 게릴라와 군인 출신인 용병이 세계 평화를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고 2만명이나 주둔(?)하고 있다. 참! 별일이다. 그들의 죽음은 언론(?)로 모르게 그냥 묻히는데, 바야흐로 돈을 목적으로 전쟁에 자진 투입된 용병이 세계 평화(?)를 지키고 있다.
작가 성석제는 다작(多作)형 작가다. '95년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로 첫 발을 내디딘후 10여편의 소설과 5편의 산문집을 내놓았다. 단순수치로만 따진다면 1년에 한편 꼴이 된다. 부지런한 작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처 여물지 못한 열매가 떨어질 수도 있다. 떨어진 미숙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의 책임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나는 작가 전성태의 소설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94년 '닭몰이'로 문단에 얼굴을 내 밀지만, 현재까지 장편소설 1권, 소설집 2권을 선 보였다. 산문집은 한권도 없다. 개인의 문학적 취향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버릴 열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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