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호미
「부처가 있어도 부처가 오지 않는 나라」, 「섬을 걷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올레, 사랑을 만나다」, 「어머니전」,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통영은 맛있다」, 「걷고 싶은 우리 섬」 내 책장에 어깨를 견 시인 강제윤의 책은 10권이다. '사진은 가장 많고, 글은 가장 적은' 이 책을 일곱 번째로 펼쳤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책은 일찌감치 ‘일시품절’이라는 딱지를 달았다. 표사를 쓴 이가 낯익다. 사진가 이상엽은 MB정권의 막가파 토건 ‘4대강’사업을 눈 밝은 이들에게 알려 준 ‘흐르는 강물처럼’의 사진을 맡았었다. 이 책은 시와 아포리즘 그리고 섬 사진 80편이 실린 포토에세이다. 시인의 카메라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똑딱이’였다.
욕지도 관청마을 / 동백섬 지심도 숲길 / 지심도 왕대나무 숲 / 어청도 포구 / 대청도 검은낭 해변 / 가을 석모도 / 봄날 비진도 / 굴업도 개머리 해안 / 가파도 돌담 / 독거도 뱃길 / 추자도 하추자 대합실 / 완도 강남풍호 / 노화도 선착장 / 보길도 저녁 / 마량진 포구 어선
글에 담겨진 섬들을 추렸다. 시인은 여덟 해 째 한국의 사람 사는 섬 300여개를 떠돌고 있다. 왜 하필이면 섬일까? 시인의 고향은 보길도다. “사라져가는 섬의 문화와 전통, 이야기를 채집하고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란 있어도 없는 것이 된다.”
‘우리는 걷기 위해 자주 섬으로 가야 한다. 이 나라에서 자동차의 위협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길은 섬길이다.’(62쪽) 하지만 안타깝게 내가 사는 주문도는 이제 안전한 섬길이 거의 사라졌다. 어른 걸음으로 두 시간 반이면 한바퀴 도는 작은 섬에 일주도로를 놓겠다고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의 굉음이 연일 지축을 울렸다. 섬주민들의 내심은 파헤쳐진 산자락의 황토를 보며 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을 손꼽고 있을 것이다. 토건공화국의 국민은 중장비가 눈에 뜨이지 않으면 조바심이 일고 불안해졌다. ‘굴은 달이 차고 기우는 데 따라 여물기도 하고 야위기도 한다 / 섬사람들도 굴처럼 살이 올랐다 야위었다 한다’(122쪽) 굴은 물때에 따라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한다. 주문도의 굴밭은 구렁텅이다. 파도의 침식으로 바위벼랑이 깎여 나가 움푹 파여 이름 붙여졌다. 어느 해 굴이 살이 오르지 않고 새까맣게 타 죽어갔다. 경험 많은 어르신의 짐작이다. “서울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오수를 몰래 내버린 것이 틀림없다.” 163쪽의 갯벌에 얹혀 진 낡은 ‘쏘내기’ 사진은 분명 내가 사는 주문도다. 갯벌의 물흔적으로 보아 물이 나고 있다. 멀리 흐린 구름아래 산은 석모도다. 어선 두 척이 바다에 떠있고, 송전탑이 여를 짓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