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백사장白沙場인가? 녹초장綠草場인가!

대빈창 2014. 7. 21. 07:14

 

 

장마기간 동안 제가 사는 주문도에 내린 비의 양이 1㎜입니다. 통계를 보니 강화도는 7.5㎜입니다. 강화도의 남부지역에 국한됩니다. 농작물의 가뭄 피해에 농부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갑니다. 정부는 쌀시장전면개방을 공포 했습니다. 이맘 때 쯤 고구마 밭은 시퍼런 줄기로 땅바닥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들어가는 줄기로 밭고랑이 훤히 드러났습니다. 고춧대는 빨간 고추를 주렁주렁 매단 대신 잎사귀가 누렇게 말라갑니다. 포트에 묘를 내서 심은 콩은 타는 갈증에 이내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논바닥은 쩍쩍 금이 갔습니다. 시커멓게 퍼진 벼줄기가 허리에 닿아야하는데 고작 무릎 높이입니다. 이달 말 이삭거름을 줄 시기입니다. 비료를 녹일 물이 없는 맨 땅에 거름을 줄 수 없습니다. 큰일입니다. 주문도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주문도저수지의 생태계교란종인 배스도 위험을 느꼈을까요. 녀석의 등지느러미가 수면에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주문도는 해발 146m의 봉구산이 중앙에 자리 잡고 산자락이 섬의 사면에 뻗쳐 개울이 없습니다. 쏟아진 빗물이 지대가 낮은 곳을 따라 바다로 흘러듭니다. 큰빗이끼벌레와 하천에 사는 블루길(파랑볼우럭)과 괴물쥐인 뉴트리아는 섬에 발붙일 수 없습니다. 과원이 없는 섬은 꽃매미의 번식을 차단했습니다. 농수로는 황소개구리가 점령한 지 오래입니다. 배수갑문과 제수문의 시멘트 구조물에 붉은귀거북이 몇 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큰물이 질 때 염도가 낮아진 물길을 따라 강화도에서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가장 문제가 큰 놈들이 친환경농법에서 제초용으로 논에 방사되는 왕우렁이입니다. 놈들은 남미 아열대산으로 1983년 국내에 도입되었습니다. 왕우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종’으로 선정할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녀석들이 이 땅의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월동에 성공했습니다. 보통 논 1㎡당 왕우렁이 한 마리가 투입됩니다. 이제 우렁이농업은 유기농법은 될지언정 친환경농법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섬의 해안은 가시박이 녹색 커튼을 내린 지 몇 해가 되었고, 봉구산 임도 주변은 미국자리공이 가공할 번식력으로 터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미국자리공은 뿌리와 줄기에 독성을 지녔습니다. 파래는 민물이 흘러드는 해안의 바위나 돌에 붙습니다. 누이는 섬에 들적마다 파래를 뜯어와 밥상에 올렸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수온이 25℃이상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파래가 사람의 삶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대빈창 해변에 쌓인 가시파래입니다. 밀려오는 물결이 파래 덩어리로 녹색을 띠었습니다. 바다에 거대한 녹색 섬들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청도 해역에 급속히 번성했던 가시파래가 해류를 타고 서해 섬들로 밀려들었습니다. 어부들은 뻘그물에 엉겨든 파래를 속수무책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파래 무게로 그물이 찢어져 못쓰게 되어 울상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외래종인 가시파래가 국내 연안에 정착하여 번성하기라도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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