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西島)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람 사는 섬은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입니다. 하루 두 번 강화도를 오고가는 여객선 삼보 12호가 닿지 못하는 섬이 말도(唜島)입니다. 말도는 일주일에 세 번 면소재지인 주문도와 행정선으로 연결됩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도도 농사짓는 섬으로 논이 3만평이나 됩니다. 쇠소(鐵牛)가 탈이 나면 수의사가 왕진(往診)을 가야 합니다. 위 이미지는 10월 초순 말도 공터의 농기계수리 모습입니다. 말도는 4월 초순 모내기를 앞두고, 10월 초순 벼베기를 앞두고 1박2일로 두 번 일정을 잡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의사(농기계정비기술연구회) 두 분이 말도 쇠소들의 치료를 맡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소들은 너무 늙어 초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대부분 20년을 넘긴 노후화된 농기계들입니다. 콤바인, 트랙터, 경운기, 예초기, 이앙기, 전기톱 ······. 한번 섬에 들면 오도 가도 못하기에 부품공수에 차질이 없게 꼼꼼히 준비합니다. 수리부품이 하나라도 빠지면 도로아미타불이 됩니다.
반년 만에 섬에 들른 수의사들을 소주인들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수의사들은 소주 한 박스와 돼지고기 서너 근을 챙겼습니다. 하루 묵을 골방에 장작불을 집힙니다. 오랜만에 불 맛을 본 구들장이 연기만 꾸역꾸역 피워 올려 방안은 내가 가득합니다. 꼭 오소리 잡는 청솔가지를 피운 꼴입니다. 바람벽에 뚫린 쪽창문을 열어젖힙니다. 짧아진 해가 금방 서산으로 떨어집니다. 인적 없는 외딴섬 밤길을 가로등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목에 낀 때’는 돼지고기와 소주가 직방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강화도 외포리 포구 정육점에서 산 돼지고기가 그새 생새우와 새우젓으로 둔갑하였습니다. 분명 여객선에서 행정선으로 갈아타면서 검정 비닐봉지가 바뀐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섬에 사시는 어느 노인이 뭍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얻은 새우일 것입니다. 섬에서 아주 흔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비닐봉투를 연 할머니도 깜짝 놀라셨겠지요. 홀로 저녁 밥상을 받으신 할머니가 한 끼 맛있게 오랜만에 고기를 드셨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NLL의 외딴 섬 말도의 가을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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