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 해변 바위벼랑을 반환점으로 도는 아침·저녁 산책은 길동무들을 만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매애애 ~ 매애애 ~~ 흑염소 두 녀석이 변함없이 아는 체를 합니다. 감나무집형이 오늘도 어김없이 녀석들을 잡풀이 우거진 묵정밭에 매어 놓았습니다. 녀석들은 풀을 찾아 매일 자리를 옮깁니다. 야 ~ 옹 야~ ~ 옹 애달픈 녀석의 울음이 고추밭에서 들려옵니다. 나비야 이리 ~ 와 하루 두 번 만나는 길냥이는 눈표범처럼 굵고 튼실한 꼬리를 치켜세우고 저를 따라 옵니다. 하지만 녀석은 해변 입구와 마을뒤 언덕길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봉구산자락 고추밭, 고구마밭, 땅콩밭, 논두렁이 녀석의 활동영역입니다. 저를 따라 마을에 두서너 번 따라왔으나, 집고양이들의 텃세에 쫓겨났습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발등에 얼굴을 부비며 앞서거니뒷서거니 따라오다 녀석은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춥니다. 돌아오는 추위가 걱정입니다. 다행히 이웃집 형수가 고양이가 남긴 사료를 녀석이 이른 새벽이나 밤중에 훔쳐 먹는 것을 자주 본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반환점 바위벼랑에 이르면 반 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토끼가 반갑습니다. 한로가 지나고 숲의 신록이 성글어지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터에 버려진 폐선에 막힌 공간이 녀석의 근거지입니다. 추위가 다가오기 전 녀석을 붙들어 집으로 데려와야겠습니다. 토끼장도 만들고, 사료를 먹여 새봄 풀이 돋으면 다시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녀석이 순순히 품에 안길지 두고 볼일입니다.
이웃집 강아지는 ‘금순이’입니다. 누이동생이 한 달 전 뭍에서 데려 온 진돗개 트기 암놈입니다. 식탐이 강한 금순이는 어찌나 잘 먹는지 끼니때만 되면 밥 달라고 투정하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립니다.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대는 금순이는 초고도비만개가 되었습니다. 너무 살이 쪄 걷는 모습이 꼭 엉덩이를 뒤뚱뒤뚱 흔드는 돼지와 같습니다. 형수가 우스개소리를 합니다. “조금 늦게 밥을 주면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난리를 친다니까.” 밥을 주고 뒤돌아서면 어찌나 혀로 핥아 댔는지 개밥그릇이 환하게 빛이 납니다. 우리집 진돌이는 진돗개 트기 수놈입니다. 제가 가까이가면 녀석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습니다. 녀석은 그 맛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피서철 밤중에 대빈창 해변에 나갔다가 간이식당에서 프라이드치킨 한 조각을 얻었습니다. 그 한줌도 되지 않는 닭뼈맛을 녀석은 여적 잊지 않았습니다.
이웃집 고양이는 삼총사입니다. 가장 덩치가 큰 엷은 노란줄무늬는 우리집에 가끔 나타나 사람이 다가서면 발등에 머리를 부비며 친근감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녀석은 그리 오래 붙어있지 않습니다. 짙은 노란줄무늬는 뒷울안에 쌓아놓은 나무판자위에 엎드려 종일 잠만 잡니다. 유기농 퇴비를 농협에서 구입하면서 지게차로 작업하기 좋게 널빤지로 정사각형으로 짠 받침대입니다. 밤새 싸돌아다닌 피로를 푸는 찜질방인 셈입니다. 그리고 출출해지는 저녁 무렵이면 녀석은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녀석이 며칠 째 보이질 않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가장 뻔뻔한 놈이 위 이미지의 회색줄무늬입니다. 녀석은 밥때가 되면 정확히 나타나 떼를 씁니다. 야 ~ ~ ~ 옹 언제인가 어머니가 삼겹살 한 점을 던져 주었다고 합니다. 녀석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끼니때면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 기세입니다. 놈은 밥상을 치울 때까지 끈기 있게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졸라댑니다. 자기한테도 먹을 것을 달라고. 어느 날 녀석은 자기를 꼭 닮은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시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시며 녀석을 타이릅니다.
“없어. 없으니깐. 니네 집에 가서 밥 달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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