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가을이 깊어가는 구나!

대빈창 2014. 10. 10. 07:36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아침 산책을 반시간 뒤로 늦추었습니다.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인 한로(寒露)가 지났습니다. 찬이슬이 맺히는 시기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는 때입니다. 여름 꽃들은 모두 지고,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억새꽃이 한창입니다. 스러지기 전 서녘 하늘의 보름달이 낯이 아직 붉습니다. 한글 날 전야의 보름달은 유난히 붉었습니다. 바로 붉은 달, 불러드문(Blood Moon)으로 불러지는 개기월식이 일어났습니다. 개기월식은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위치해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붉은 달' 현상은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두터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모두 산란하고 붉은 빛만 남아 달까지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 그 달이 여적 붉은 낯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아니면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낯이 붉어졌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입니다. 굴뚝을 비어져 나온 아침밥 짓는 연기가 마을에 낮게 깔리고 있습니다. 다랑구지 들녘의 벼베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콤바인이 어제 추수를 마친 논 가운데 서 있습니다. 산자락 밭의 고구마 캐기가 한창입니다. 경운기에 부착된 고구마수확기가 털털 거리며 두둑 흙을 뒤집습니다. 고구마가 땅속깊이 뻗어 동강난 것이 태반입니다. 지독한 가뭄으로 고구마가 물을 찾아 땅속으로 줄기를 뻗었기 때문입니다. 끝물 고추를 매단 고춧대가 여적 청청합니다. 어머니들은 풋고추를 따다 밀가루 풀을 쑤어 고추버무리로 밑반찬을 만드시겠지요. 벤 들깨가 밭두둑에 단으로 묶여 어깨를 기댔습니다. 꼬투리를 뗀 땅콩 줄기가 밭 가운데 뉘여 말라가고 있습니다. 고라니 방책용 폐그물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나팔꽃이 만개했습니다. 한로(寒露)는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가 자리를 바꾸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겨울새인 기러기가 대빈창 하늘에 V자를 그리며 비껴 날아오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콤바인이 흘린 낟알을 주워 먹으며 대빈창 들녘에서 겨울을 나겠지요. 이제 먼동이 터오기 시작합니다. 아침 해가 봉구산 정상에 얼굴을 내밀면 붉은 달은 스스로 대기의 산란에 제 몸을 감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