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후투티를 기다리며
지은이 : 송규명
그린이 : 홍주리
펴낸곳 : 도서출판 따님
이 책이 내 손에 닿은 연원은 ‘현대 환경운동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群)의 열두 달」에서 비롯되었다. 책은 낯선 출판사 따님에서 나왔다. 온라인 서적 검색창에 출판사명을 두드렸다. 책은 몇 권 되질 않았다. ‘후투티’가 눈에 들어왔다. 저자가 ‘모래 군의 열두 달’의 역자였다. ‘알도 레오폴드처럼 나 또한 야생 세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소수파 사람인가 보다. 내게도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보는 것이 소중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고귀한 권리이다.’(7쪽) 이 책은 저자가 주말마다 오간 텃밭과 후미진 아파트 놀이터에 찾아온 새들과 베란다에 설치한 어항을 통해 관찰한 생태보고서다. 생태에 관한 사유가 아닌 세심한 관찰을 담은 생태 수필집으로 독특하다.
1부 - 버들붕어 / 쏘가리 / 모래무지 / 후투티 / 유혈목이(꽃뱀) / 까치 / 산삼/ 맹꽁이 / 미국자리공 / 개구리 / 민물새우 / 참새 / 기러기 / 청개구리 / 가창오리 / 두꺼비
2부 - 부엉이, 뱀장어, 갈겨니, 피라미, 붕어, 버들치, 동사리, 미꾸라지, 퉁가리, 왜마자, 기름종개, 가재, 우렁이, 열목어, 어름치, 반딧불이, 다람뒤, 무당개구리, 황소개구리, 미시시피붉은귀거북, 남미 아열대 우렁이. 란蘭, 네펜데스,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3부 - 일본 교토의 반딧불이, 미국가재 / 이세 신궁의 비단잉어 / 나라·이츠쿠시마의 사슴 / 일본의 자전거 문화 / 쓰레기 없는 아라시야마의 홍수 / 동경 도심 로봇기힐즈의 건물 옥상의 논·밭 / 토종 새 대전멸의 원흉 괌의 갈색나무뱀 / 엘로스톤의 곰 소동.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상이다. 찬찬치 못한 내가 간추린 생명들이 이 정도이니 허술한 그물을 뚫고 달아난 녀석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주황과 파랑과 초록이 섞인 긴 지느러미를 가졌는데, 지금껏 내가 본 물고기 중 제일 멋졌다.’(12쪽) 저자가 중학생 때 일산 부근의 물이 마른 냇가의 웅덩이에서 잡은 버들붕어를 처음 보고, 도망 친 열대어인 줄 오해하는 장면이다. 그렇다. 나는 버들붕어를 국민학생 때 처음 보았다. 경지정리되기 전 김포 들녘은 사행천인 한강 지류가 모세혈관처럼 마을 앞을 지나갔다. 장마철 잠깐 날이 개면 나는 삼태기채와 양동이를 들고 냇가로 향했다. 그 시절 고기잡이에서 나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삼태기채를 냇가 가장자리 둑에 기대어 놓았다가 들어 올리면 물고기가 잡혔다. 장맛비로 물이 불어 세찬 냇물을 거슬러 오르던 물고기들이었다. 버들붕어는 장마철에 흔히 눈에 띠었다. 그때 내게 버들붕어는 예쁘기만 했지 먹을 수 없는 미국붕어(?)일 뿐이었다. ‘나는 창문을 통해 들킬 염려 없이 커피를 홀짝이며 놀이터에서 펼쳐지는 야생의 유희를 마음껏 엿볼 수 있었다.’(31 ~ 32쪽) 후미진 아파트의 놀이터에 찾아 온 후투티 한 쌍을 보며 자신의 삶터를 행복해하는 저자다. 그렇다면 나의 삶터는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우리 집 뒤울안과 이어진 봉구산의 관목 덤불에서 폴짝폴짝 뛰는 새들은 머리에 관을 쓰고 있다. 표제 그림의 후투티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그리고 서둘러 후투티를 찾았다. 후투티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여름철새로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졌고, 머리 꼭대기 장식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후투티의 덩치였다. 몸길이 약 28㎝, 날개길이 약 15㎝ 였다. 내가 본 새들은 참새만 했다. 그럼 후투티를 닳은 그 녀석들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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