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대빈창 2015. 2. 4. 05:19

 

책이름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지은이 : 포리스트 카터

옮긴이 : 조경숙

펴낸곳 : 아름드리미디어

 

‘작은 나무’가 다섯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1년 전에 이미 돌아가셔서 주인공은 고아가 되었다. 여기서 ‘작은 나무’는 인디언식 이름이다. 주인공은 체로키족 혈통을 이은 인디언 혼혈 할아버지와 순수 인디언인 할머니와 함께 산속 오두막 생활을 시작한다. 인디언의 삶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이용하려 들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200쪽)이다. ‘작은 나무’는 세대를 이어 내려져 온 체로키 족의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우고 몸에 익혔다. 꿀벌인 티비들은 사람들처럼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이 저장한다. 자본주의 탐욕에 찌든 인간들처럼. 하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곰, 너구리, 심지어 체로키족에게 뺏길 수밖에 없다. 인디언은 영혼이 빠져나간 통나무만 땔감으로 쓴다. 그것은 숲과 산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디언의 선물 주는 방식은 절대 무슨 뜻을 달거나 이유를 붙여서 선물하지 않는다. 그냥 상대방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놔두고 가버린다. 받을 자격이 없으면 받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인디언들은 기독교 목사들도 땀 흘려 일해야 과오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돈 벌기가 힘들지를 알며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속 생활의 행복에 젖어 있던 ‘작은 나무’에게 큰 고난이 닥친다. 그것은 백인들이 인디언의 교육방식은 잘못 되었고, 기독교식 교육만 옳다는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교육도 받지 못한 두 늙은 인디언과의 삶은 주인공 손자의 인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여겨, 강제로 고아원에 수용시켰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작은 나무’의 영혼은 고아원 생활을 힘들어했다. 수업시간의 암수 사진을 보고 짝짓기라고 대답하자, 돌아온 것은 어린 아이에게 목사의 무차별한 끔직한 매타작이었다. 할아버지 친구 월로 존(체로키족 추장이 떠올려지는 품위 있는 사고와 행동의 소유자)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다시 산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죽음을 미리 예비해놓고 조용히 맞이하는 월로 존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노새 샘, 개 블루보이와 리틀레드가 죽으면서 ‘작은 나무’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면서 소설은 끝났다.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1979년에 죽었다. 이 책은 발간된 지 15년, 저자 사후 12년이 지나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1년 ABBY(전미서점상연합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책)상을 수상했다. 자본주의 물질문명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인간의 정신문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인디언의 정신과 삶을 일깨워 준 작가로 저자는 평가받는다.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제목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 책의 원제는 ‘작은 나무의 교육(The Education of Little Tree)'으로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소개된다. 2014년 이 책은 새 판형으로 재출간되었다. 내가 잡은 책은 2011년 12월 20일 4판 31쇄 본이다. 후에 이 소설은 허구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저자의 본명은 아사 카터(Asa Carter)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는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단원이었다. 한국어판 저작은 1996년 획득되었다. 이 사실을 새 책에서 밝혔는지 모르겠다. 나의 성심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씁쓸하고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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