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대빈창 2015. 2. 9. 06:15

 

 

책이름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지은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옮긴이 : 김재혁

펴낸곳 : 고려대학교출판부

 

‘뜻밖의 우연한 순간에 시 한 편의 첫 단어가 추억의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나고 그로부터 시가 시작하는 것이다. 시는 경험이므로 사람은 일생을 두고 언제까지나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한 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 구절을 오래전 풀평연 웹진에서 눈동냥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이 책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내가 찾던 구절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송시를 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을 나는 몰랐다. 시인은 2천편이 넘는 시편과 산문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편지를 남겼다. 지금까지 편지 7천통이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마! 위 구절은 다른 편지에 실렸을 것이다.

이 책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시인 지망생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에게 보낸 10통의 편지를 모았다. 시인 지망생은 노이슈타트 사관생도로 교정에서 호라체크 목사를 만나 읽던 시집을 통해 시인 릴케가 학교 선배인 것을 알게 되었고, 습작 시들을 릴케에게 보내 의견을 묻는다. 편지는 1902년에서 1908년까지 파리, 이탈리아, 스웨덴 등을 여행하면서 릴케가 시인의 길을 고민하는 카푸스에게 보낸 편지다. 아홉 번째 편지에 릴케의 자필 편지가 삽지로 실렸다. 릴케는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와 신, 예술, 사랑과 성, 인생과 죽음, 고독에 대해 조언한다. ‘고독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위대하며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56 ~ 57쪽)

이 책은 릴케 사후 1929년에 출간되었다.

릴케는 두 번째 편지에서 창작의 본질과 깊이와 불멸성에 대해 가르침을 준 예술가로 덴마크 작가 옌스 펜터 야콥슨(1847 ~ 1885)과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 ~ 1917)을 꼽았다. 릴케는 1903년 전기 《로댕론》을 썼고, 1905년 드레스덴과 프라하에서 ‘로댕론’을 강연했고, 1906년에 로댕의 비서로 일했다.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한 ‘젊은 시인’ 카푸스는 1차세계대전시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통속소설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1927년 릴케는 51세의 나이로 백혈병으로 숨졌다. “고독과 방랑 그리고 장미 또는 모순의 시인” 릴케가 죽기 1년 전 스스로 쓴 〈묘비명〉이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것도 아닌 잠이고픈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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