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과가 가르쳐준 것

대빈창 2015. 2. 2. 07:10

 

 

 

책이름 : 사과가 가르쳐준 것

지은이 : 기무라 아키노리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김영사

 

판매 3분 만에 매진되고, 1년 전에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수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는 사과에 대한 두 권의 책은 출판사 김영사에서 나왔다. 「기적의 사과」와 「사과가 가르쳐준 것」은 자연재배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가 저자지만, 나는 옮긴이를 보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20대 후반 한 권의 책이 준 벽력같은 깨달음으로 지식인의 길을 버리고, 산속에서 농사 짖는 역자의 책들이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기적의 사과’ 주인공의 자전 에세이로 농부의 40년 자연재배 노하우가 담겼다. 사람이 재배한 것은 썩지만, 자연이 기른 것은 썩지 않고 시들어 갈 뿐이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가업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였다. 보통 과수원에 남들 하듯이 1년에 10번 이상 농약을 살포했다. 농약의 독성에 그와 아내는 몸져누워야만 했다. 그는 뿌리던 농약 횟수를 절반으로 줄여나가다 과감하게 무농약, 무비료 사과재배를 시작했다. 그해 모든 사과나무가 반점낙엽병에 걸려 8월에 모든 잎이 떨어지고, 9월에 사과 꽃이 피었다. 사과나무와 농부 모두 미친(?) 것이다. 고난의 10년 세월의 시작이었다. 그는 ‘파산자’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연재배를 고집했다. 당연히 집안의 경제 사정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몸을 부리는 고된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홋카이도 산림 속 벌목, 신칸센 레일 보수, 노가다 잡부 심지어 파칭코, 카바레 등 밑바닥 생활을 감수했다. 10년이란 세월은 너무 모질었다. 그는 가족의 고통에 스스로 삶을 끊으려 오밤중에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목을 메달 도토리나무가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알려 주었다.

자연재배의 핵심은 관찰이었다. 나무줄기의 해충 알 덩어리에서 17㎝ 떨어진 곳에는 반드시 오렌지색 무당벌레 알이 있었다. 익충이 해충의 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벼는 한 이삭 당 100 ~ 130개의 나락이 달리는데, 메뚜기는 그중 많아야 다섯 알 정도에 피해를 줄 뿐이다. 흙을 거칠고 깊게 갈면 피가 나는 방식이 바뀐다. 피는 싹이 틀 때까지 8 ~ 9년이 걸렸다. 올해 난 피는 작년에 생긴 게 아니라, 10년 가까이 땅 속에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콩을 심으면 뿌리혹박테리아가 뿌리 가득 달리지만 2 ~ 3년 지나면 숫자가 줄었다. 토마토는 눕혀 심기하면 줄기 전체에 뿌리가 나고 탄소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 무는 수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자란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서 뽑으면 무가 쉽게 뽑혔다. 오이의 덩굴손이 손가락을 감아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식물의 가지가 자라는 방향과 뿌리가 뻗는 방향이 잎맥 모양과 비슷했다.

과원 농사는 농약으로 짖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김포 들녘에서 나고 자라 과원 농사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수도작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30년전 벼농사의 1년 농약살포 횟수가 7 ~ 8번 이었다. 경운기에 부착된 고성능분무기로 이슬이 거친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4시까지 만여평 정도 농약을 뿌렸다. 푹푹 구워삶는 복중에 안전장비를 갖추고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나 있는 얘기였다. 맞바람이 불면 얼굴로 날리는 농약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농약의 독성도 강력했다. 파단을 뿌리고 집에 돌아와 등목을 하려 바지를 내리면 사타구니와 허벅지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고통스런 가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논에 농약을 치는 집을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지력이 좋아졌다. 어려웠던 시절, 가축사료로 팔려나갔던 짚이 지금은 논에 그대로 돌려졌다. 지력을 얻게 된 가장 큰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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