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통영은 맛있다
지은이 : 강제윤
찍은이 : 이상희
펴낸곳 : 생각을담는집
우리 안의 미래, 동피랑 ∥ 벽화마을 동피랑 / 통영 대장간 - 삼성공작소, 산양공작소 / 강구안 화장실 옆 톱날 가는 노인 / 무당할머니 용왕제 / 강구안과 문화마당 / 옻칠 미술관 / 나전칠기공예가 김성수
생의 허기를 달래주다 ∥ 통영 오일장과 장돌뱅이 / 서호시장 칠순 얼음장수 노인 / 서호시장 시락국집 / 충무김밥 / 오미사 꿀빵 / 통영 다찌 / 중앙활어시장 - 참돔, 참숭어, 활어와 선어, 회뜨기, 삼치, 목로주점
정신줄을 놓게 하는 맛 ∥ 도다리 쑥국 / 멍게 / 복어(뽁찌) / 연탄불 꼼장어구이 / 굴 / 생대구탕 / 물메기국 / 볼락(뽈래기)
통영, 사랑에 빠지다 ∥ 백석 시인 / 화가 이중섭 / 청마 유치환 / 작가 박경리 / 작곡가 윤이상 / 화가 전혁림
사람의 길이 사람을 만든다 ∥ 통영 충렬사 동백나무 고목 4그루 / 쌍우물 명정明井샘 - 위샘 일정日井, 아래샘 월정月井 / 백운 서재 - 도사 백운선생 / 166대 김영 통제사 암각비 - 덤바위 파괴 / 통영의 상징 - 국보 305호 세병洗兵관 / 통제영 12공방 / 통영 해저터널 / 세포고개 유인월성정씨영세불망비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창작과비평사에서 1987년 펴낸 「白石詩全集」에 ‘統營’시 3편이 실렸다. 그중 51 ~ 52쪽의 ‘統營’의 일부분이다. 책장에 어깨를 겯고 있는 ‘섬유랑 떠돌이 시인’ 강제윤의 10권의 책 중 여덟 번째로 손에 잡았다. 이 책은 통영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통영백과사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20여년을 통영에 살면서 섬들과 통영의 맛과 멋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가 이상희의 작품들이 독자의 시선을 책에 붙들었다.
우리는 흔히 경상도 음식은 짜장면도 맛없다고 한다. 진짜다. 젊은 시절 배낭을 들쳐 메고 이 땅의 산하를 떠돌았을 때 경상도에 발을 디디면 무엇을 먹어야하나 궁리부터 했다. 그런데 시인은 통영만은 예외라고 침을 튀겼다. 맛에 관한한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고 전주란다. 그것은 통영이 조선에서 가장 상업 활동이 활발했고, 남해의 풍부한 해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605년부터 1895년까지 3백년동안 통영은 경상도가 아닌 삼도수군 통제영의 본영이었다. 즉 경상, 전라, 충청 해안 지방과 섬들을 하나로 묶은 ‘특별자치구역’의 중심도시였다. 따라서 통영의 맛은 삼도의 맛이 한데 어우러진 아주 특별한 맛이었다.
나의 눈길은 2부 〈생의 허기를 달래주다〉와 3부 〈정신줄을 놓게 하는 맛〉에 오래 머물렀다. 해삼내장을 일컫는 고노와다. 대학시절 단골 포장마차 주인 젊은 남정네는 가게에 손님이 비면 특별히 유리소주잔에 해삼 내장을 담아 내 앞에 슥! 밀어놓았다. 나는 그 비싸다는 황복회를 두 번 맛보았다. 강화도 하점 창후리 포구의 서해횟집. 10여년 저쪽의 세월. 7만원이 넘는 회 한 접시에 우리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며 젓가락을 가져갔다. 몇 점 되지 않는 회는 얇게 저며 접시 그림이 투명하게 비쳤다. 그런데 비싼 회라 귀해서 얇게 포를 뜨는 것이 아니라, 복어는 육질이 단단해 두텁게 썰면 질겼다.
아나고 회는 짤순이를 돌려 물기를 꼭 짜서 먹는다. 이유는 핏속에 있는 이크티오독신이라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시인은 통영 바다의 맑고 깨끗함을 이렇게 자랑했다. ‘관건은 굴이 양식되는 바다가 얼마나 깨끗한가에 달려 있다. 오염된 바다에서 자란다면 자연산이라고 해서 좋을 까닭이 없다.’(168쪽) 그렇다면 나는 겨울 먹을거리에서 얼마나 복을 받은 사람인가. 주문도 굴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갯벌의 돌에 달라붙은 굴을 할머니들이 겨울 바다 찬바람을 맞으며 하나하나 죄로 쫀 자연산 굴이었다. 겨울도 막바지다. 통영은 어느새 봄기운이 와 있을지 모르겠다. 겨울이 가기 전 시원한 물메기탕과 이른 봄 통영의 맛인 도다리쑥국을 맛보고 싶다. 함양 덕유산 자락 외딴집 후배를 찾아가는 때를 이 계절에 맞추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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