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작은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녹색연합 편집부
펴낸곳 : 녹색연합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문예출판사에서 2002년 출간한 현대 환경 운동사에서 최초의 전체주의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역설한 저서의 단행본 표제이며, 내가 꼽은 5대 생태환경 필독서 중 한 권이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 나는 또 다른「작은 것이 아름답다」(이하, 「작아」)를 달마다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월간지를 정기구독 신청했다. 「작아」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환경문화 월간지다.
집배원 손을 통해 건네 진 잡지가 새삼스러웠다. 받는이의 주소가 조잡한 인쇄딱지가 아닌 손글씨 정성이 담겨있었다. 이제 나는 두 권의 생태잡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게 되었다. 기존의 2008년부터 구독한 격월간지 녹색평론과 함께. 이 잡지를 보게 된 인연이 내가 주문도에 첫발을 디딘 2005년부터 예비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는 주문도와 함께 서도(西島)의 일원인 이웃 섬 볼음도의 토박이로 일찍이 녹색연합 회원으로 농사짓는 젊은이 몇 명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주문도에 정착하면서 나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언젠가 나의 강요로 ‘녹색평론’ 정기구독자가 된 친구도 그중 한명이었다. 매년 여름 녹색연합 인천지부 회원들은 볼음도 조갯골 해변에서 수련회를 가졌고, 나는 소주 박스를 들고 인사치레 얼굴을 몇 번 내밀었다.
섬사람이 된 지 10여 년 동안 매달 우송되는 농업관련 월간지는 나에게 아궁이 불쏘시개였다. 잡지 분량의 1/3을 차지하는 광고. 신자유주의 시대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 한국의 농정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관변잡지(?)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건너뛰는 법 없이 지겹게 나의 손에 쥐어졌다. 나의 아둔함이여. 늦었지만 호기였다. 나는 반강제적으로 구독했던 잡지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 창간호부터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작아」에 손을 내밀었다. 폐지 1톤을 재생하면 30년생 나무 21그루를 살릴수 있었다.
「작아」와 나는 진즉에 책으로 엮인 작은 인연이 있었다. 「작아」가 펴낸 유이한 단행본 이현주 목사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와 노가다 시인 유용주의 시문집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이 책장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처음 만난 「작아」 이월 시샘달의 머릿그림(표지그림)은 화가 함명수의 2008년작 ‘책의 퇴적’이다. 이제 월간지 「작아」는 나의 ‘책의 퇴적’의 가족이 되었다. 이번호 특집은 ∥ 다르게 읽기 다르게 살기 ∥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인터뷰 기사 ‘시각에서 청각으로, 낭송을 권함’에서 이 구절이 오래 눈에 밟혔다. -책을 읽으면 ‘허열’을 가라앉히는 속성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게 통찰력이에요. 통찰력은 부질없는 감정을 가라앉혀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는 거예요. 열에 들떠 있으면 어떤 말을 해도 오해를 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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