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두커니

대빈창 2015. 2. 27. 06:55

                                       

 

책이름 : 우두커니

지은이 : 박형권

펴낸곳 : 실천문학사

 

통발 / 물칸 / 물안개 / 까나리액젓 / 갈매기 / 물툼벙 / 담치 / 물일 / 꼬막조개 / 파래 / 홍합 / 개불 / 도다리 / 숭어 / 선창 / 전복 / 예인선 / 물새 / 등대 / 정박지 / 그물 / 포구 / 미역 / 바지락조개 / 소금 / 방파제 / 갯바람 / 망둥이 / 칠게 / 폐선 / 개펄 / 굴 / 갯바위 / 모자반 / 대구 / 해삼 / 꽃게 / 땅멀미

 

2부에 실린 시편들의 제재다. 이세기의 「먹염바다」를 손에 잡고, 섬과 바다, 어촌을 다룬 시집을 찾았다. 성윤석의 「멍게」와 이 시집이 포착되었다. 마흔여섯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문단에 명함을 내민 늦깍이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6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흙의 상상력과 파도의 수사학’이다. 시편은 대부분 2 ~ 3쪽 분량으로 편수에 비해 시집은 부피가 있었다.

 

우리 집에 조개 캐러 가는 배 한 척 있는데 / 무르익은 여자처럼 엉덩이가 넓적하다네 / 사람 다섯 명 이상 못 태우는데 짐은 맘껏 실어도 된다네

 

‘조개 캐러 가는 배’(70 ~ 71쪽)의 시작부다. 시인은 현재 경남 마산 덕동바다의 작은 섬에서 조개양식을 하는 어부다. 1부는 농촌, 2부는 어촌, 3부는 도시 변두리 민초들의 삶을 능청스럽게 구수한 입담으로 읊었다.

 

고사리는 산에서 밭으로 옮겨 심으면 / 삼년 지나야 새순을 낸다 / (······) / ‘적응하느라 그렇겠지요’ 한마디 뱉은 것이 실수였다 / 아이다 / 옛날 흙을 몬 닞어서 그런 기다 / 잊는다? / 삼 년 전 그 흙이 고사리를 놓지 못하고 / 자기 살점 떠나보낸 것 / 산 흙이 밭 흙과 만나 교통할 때까지 밭 흙에게 어색했던 일 / 반쯤이나 잊는데 삼 년 걸린단다 / (······)

 

시집을 여는 첫 시 ‘흙의 이민’(11 ~ 12쪽) 부분이다. 고사리가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아들(시인)은 과학적으로 ‘적응’이었고, 어머니는 옛날 흙을 못 잊어서라고 몸에 밴 생태적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렇다. 어머니 대지를 떠난 인간의 도시문명은 이제 갈데까지 간 산업문명으로 생명이 살 수 있는 단 하나의 별 지구를 거대한 사막으로 불모화시켰다. 그리고 이를 글로벌화라고 스스로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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