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지은이 : 임석재
펴낸곳 : 컬처그라퍼
1부. 건물 구성 요소로서 한국 전통건축의 지붕은 은근하면서도 다양하게 변화되는데, 하늘과 땅을 상호보완 개념으로 보며, 휜 기둥은 자연을 닮으려는 자연 순화사상에서 기인했다. 목구조가 구성되는 원리는 가장 간결하고 원형原形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구성 분할은 구조체를 구성하는 건축부재가 선의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돌 다루는 경향은 마치 옷을 깁거나 먹음직스러운 떡을 쌓은 것과 같이 정성스러운 손맛을 추구했다. 문은 엄격한 위엄이 필요할 때는 한없이 엄격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마음끼리 동의만 이루어지면 그 어떤 것이나 문이 되었다.
2부. 건축의 구성 원리는 남향은 방위의 개념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사람의 행복이 모든 학문과 기술의 목표였듯이 건물의 사용과 규모 등도 모두 인체를 기준으로 결정되었다. 목표물을 숨겼다 보였다하는 은근함과 계단을 가급적 비가공 상태로 놔둔 채 주변의 자연환경과 맞추었으며 자연 지세에 순응하려는 자연주의 사상으로 비대칭 구조가 나왔다. 모서리는 열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틈새라는 공간의 버려진 부분까지 세심히 배려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 일부로 귀속하고자 하며, 건물 간 거리를 비정상으로 좁히고 시선의 각도를 어지럽히는 방법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3부. 건물의 감상법은 한국 전통건축에서 투명성을 기본적 특징으로 한 중첩과 관입의 공간적 체험과 주변 환경 요소를 포함하는 큰 틀을 제시하는 차경과 예술적 통일성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갑사의 각 영역은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비현실적인 놀이 세계이며, 은진미륵은 권위적 대상의 비례를 깨뜨렸다.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을 거칠게 나열했다. 500여 쪽에 가까운 두꺼운 부피를 자랑하는 책은 3부에 나뉘어 18가지 주제로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비교학적 건축교양서다. 글들은 다양한 유형의 한국 전통건축으로 궁궐, 사찰, 서원, 향교, 한옥을 등장시켰다.
갑사 / 개심사 / 경복궁 / 고운사 / 관촉사 / 구룡사 / 덕수궁 / 도산서원 / 돈암서원 / 독락당 / 마곡사 / 무량사 / 병산서원 / 봉정사 / 부석사 / 상주향교 / 소수서원 / 소호헌 / 수덕사 / 수타사 / 숙수사 / 신륵사 / 안성향교 / 양동마을 / 영릉 / 영천향교 / 옥산서원 / 용문사 / 용연서원 / 용주사 / 융릉 / 융건릉 / 의성향교 / 임청각 / 장곡사 / 정수사 / 종묘 / 창경궁 / 창덕궁 / 청룡사 / 칠장사 / 황룡사.
속알딱지 없는 대한민국 건축계에 저자는 이렇게 쓴 웃음을 지었다. 이 땅에 서구식 기계문명이 들이닥친 지 50년을 넘어섰다. 그런데 서양은 자신들의 한계상황의 대안과 돌파구를 동양에서 찾는데 우리는 기계 맹신론에 빠져 일렬로 반듯이 늘어선 배치가 가장 좋다고, 깡패를 동원하여 사람을 해치면서 오래된 환경을 깨끗이 밀어버리고 ‘재개발’이라고 두 손을 치켜들었다. 몇 십 년 후면 서양의 새로운 가치관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우리가 대안으로 받아들일 것이 이미 우리 전통 건축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무슨 수치인가. 인간의 얼굴을 잃고 돈벌레로 전락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이 땅은 지금도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핏대 섞인 삿대질만 난무하고, 콘크리트 상자를 일렬로 늘어놓은 채 배추잎사귀를 세느라 눈에 핏줄이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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