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인간 없는 세상

대빈창 2015. 1. 19. 06:22

 

 

책이름 : 인간 없는 세상

지은이 : 앨런 와이즈먼

옮긴이 : 이한중

펴낸곳 : 랜덤하우스코리아

 

지은이 앨런 와이즈먼과 옮긴이 이한중이 낯익다. 앨런 와이즈먼은 오지 중의 오지 안데스 산맥 해발 3,000미터의 고원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이상주의자들의 경험담을 엮은 ‘가바오따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장기비상시대’의 저자 제임스 쿤슬러는 “자기 운명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생물에게 아주 중요한 책이다.”라고 이 책을 평했다. 두 책의 옮긴이가 바로 이한중이었다. 나는 뒤늦게 나온 ‘장기비상시대’를 먼저 잡고 내친김에 이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하던 곳은 사라질 뻔했던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고라니, 담비, 멸종 위기의 산양, 거의 사라졌던 아무르표범이 매우 제한된 이곳의 환경에 의지해 산다.’(260쪽) 길이 241킬로미터에 폭 4킬로미터의 구역은 1953년 9월 6일부터 인간 없는 세상이 되었다. 바로 한국의 비무장지대다. 인간들이 없어지자 동족상잔의 지옥이 야생동물들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저자는 한국의 환경운동연합팀과 함께 DMZ를 방문했다. 그 발걸음과 시선은

폴란드 - 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비알로비에자 푸차 / 뉴욕 맨해튼 섬 / 동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 / 애리조나 남부 투마목힐 산 / 케냐 중부 에버데이 산맥 / 터키와 북 키프로스의 유적지들 /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의 태평양 대쓰레기장 / 텍사스 석유화학지대 / 영국 로섬스테드연구소 / 영불해협의 해저터널 처널 / 쿠푸왕 피라미드 / 중국 만리장성 / 파나마 운하 / 미국 러슈모어산 국립기념지 / 미국 최대 핵발전소 팔로베르데 /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 석탄채굴 현장 애팔레치아 산맥 / 미크로네시아 /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마야 문명 / 아마존 열대우림 / 태평양 킹맨 환초 등

전 세계의 구석구석 안 미치는 곳이 없다.

지구 생태계가 위기라는 것을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6500만년전 공룡 멸종 때보다 더 급격한 생물종 멸종 - 제6의 대멸종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학으로 무장한 호모 사피엔스가 나흘 만에 100만명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행하는 자연 약탈 때문이다. 이 세상의 쓰레기 매립장들이 플라스틱으로 넘쳐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바다로 떠내려오기 때문이다. 1997년 어느날 찰스 무어선장은 미국 서부 해안을 항해하다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의 무풍지대에 걸려들었다. 작은 대륙 크기의 플라스틱 대쓰레기 1,600㎞를 헤쳐 나가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이런 환류지대가 북태평양에 여섯곳이나 되는데 그 크기가 아프리카 대륙만하다. 바다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버린 것인데 대양 표면의 플라스틱 양은 플랑크톤 총량보다 6배나 더 많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한 바다거북이가 식도가 막혀 죽고, 물개나 갈매기가 그물과 낚시줄에 목걸려 죽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풀마갈매기 주검의 뱃속은 플라스틱이 95%다. 전 세계 바닷가 모래 성분의 1/3은 플라스틱이다. 인간이 플라스틱을 만든 지 50년. 그 총량은 10억톤이 넘었고, 매년 1억톤에 이르는 5500조개의 플라스틱 제품 원료인 '너들‘을 만든다.

깊고 푸른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옥빛 고리 모양의 존스턴 환초. 이곳도 인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950년대 수소폭탄 12기가 폭파되었는데, 하나가 불발되면서 산호가 플루토늄에 오염되었다. 2004년 폐쇄되기까지 미국은 고엽제, PCB, PAH, 다이옥신을, 러시아와 동독은 사린 신경가스를 불태웠다. 바다의 ‘체르노빌이자 로키산 화학무기고’로 전락시킨 인간은 마지막으로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이라는 훈장을 수여했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자 앨런 와이즈먼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