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지은이 : 유용주
펴낸곳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가장 가벼운 짐(시집, 1993년)
크나큰 침묵(시집, 1996년)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산문집, 2000년)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시문집, 2013년)
내가 잡은 시인 유용주의 책들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후로, 작아) 는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역설한 혁명적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국내 단행본 번역서 표제이며,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려 재생종이로 책을 내는 1996년 창간된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이기도 하다. 추천하는 글 세 편은 시인 박남준, 생태운동가 황대권, 목사 이현주의 글이 실렸다. 이현주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는 이 책과 더불어 「작아」가 펴낸 유이한 단행본이다. 이 책은 일상과 삶을 깊은 눈으로 성찰한 시와 단상 235개가 11장에 나뉘어 실렸다. 실린 글들은 짧게 한 줄에서 길게는 두 쪽을 넘지 않는다. 책갈피 띄엄띄엄 저자의 프로필을 포함해서 김기돈, 전재원의 흑백사진 29장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낯익은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 1부의 소제목이 <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이다.
어릴 적 빚에 쫓겨 떠났던 고향에 40년 만에 시인은 삶터를 꾸렸다. 2011년 아무 연고도 없이 24년을 살았던 충남 서산 생활을 접고 고향 옛터에 집필실을 꾸렸다. 전북 장수의 수분령(水分嶺)은 금강과 섬진강이 갈라지는 경계점이다. 해발 500m가 넘는 고개 아래가 시인의 고향집이다. 시인은 첩첩산중의 집에 머무르며 오롯이 글을 쓰고 있다. 고향에 터를 잡은 이후 쓴 단상에서 엿보이듯 시인은 고개 끝집에서 새벽 4 ~ 5시에 일어나 산길을 3 ~ 4시간 걷는다. 허리에서 허벅지와 장딴지로 거슬러 내려오는 실치떼들로 묘사된 고통스런 척추경직을 치료하기 위한 시인의 건강단련이다. 가슴에 오래도록 머물렀던 세 개의 글 토막을 마무리로 삼아야겠다.
눈길에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생애가 고스란히 찍혀 나온다. 눈보라 속 허허벌판을 건너기 위해서는 몸을 구부리거나 가볍게 해야 한다. 날아가는 저 새를 보아라. 무거운 몸으로는 이 겨울을 날 수 없다.(18쪽)
오늘 잘 살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나니, 부끄러움은 없었는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는가.(190쪽)
오늘도 소외당하기 싫어 이쪽저쪽 기웃거리는 사람들아, 넝쿨을 잘라내지 못하면 홀로 설 수 없다. 외로움을 참아내지 못하면 독야청청할 수 없다.(207쪽)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에게 배운다 (0) | 2015.04.13 |
---|---|
따뜻한 사람들과의 대화 (0) | 2015.04.09 |
북극 얼굴이 녹을 때 (0) | 2015.03.30 |
황토마당의 집 (0) | 2015.03.26 |
북학의 (0) | 2015.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