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무에게 배운다

대빈창 2015. 4. 13. 06:14

 

 

책이름 : 나무에게 배운다

지은이 : 니시오카 쓰네카즈

엮은이 : 시오노 요네마쓰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상추쌈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에서 ‘시코쿠를 걷다’까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서 ‘나무에게 배운다’까지. 강원 홍천에서 자급자족의 논밭농사로 살아가는 저자 최성현이 짓거나 옮긴 책들이 나의 책장 한 칸을 차지했다. 책이 출간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책은 저자의 무명시절인 20여 년 전 이름 없는 출판사인 삼신각에서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뒤늦게 저자의 글을 모으던 나에게 이 책은 인연이 없었다. 작은 외딴섬의 나에게 서울의 헌책방은 그림의 떡이었다. 온라인 서적은 절판이었고, 중고샵의 헌 책 코너에도 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촌스럽기 그지없는 지역출판사에서 학수고대하던 이 책이 재출간되었다. 로고가 상추 잎사귀 한 장인 출판사 ‘상추쌈’이었다. 출판사는 박경리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 악양으로 뒤로 지리산 자락의 낮은 산자락이 둘러싸고 앞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햇빛 잘 드는 시골마을 부계에 있었다. 서울의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던 젊은 부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귀농하여 유기농 농사를 짓고 출판사를 차렸다.

책은 4부에 나뉘어 27편의 글이 실렸고, 부록처럼 천 삼백년을 이어 온 지혜 호류지 목수들의 지침이면서 계율인 구전 11개가 마지막에 실렸다. 나는 1부의 <살아온 만큼 살려서 쓴다>를 「녹색평론선집 3」에서 맛보기로 보았다. 작은 출판사 ‘상추쌈’이 더욱 고마운 것은 책은 일본 신초사가 펴낸 「木のいのち木のこころ - 天·地·人」의 ‘天’편을 옮긴 것인데, ‘地’편과 ‘人’편을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로써 자를 든 사제, 독종, 귀신으로 불리던 호류지를 지켜 온 마지막 대목장인 니시오카 쓰네카즈(1908 ~ 95)가 여든여섯에 구술하고, 전통문화와 몸에서 몸으로, 일에서 일로 전해지는 ‘손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긴 시오노 요네마쓰의 온전한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일본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는 607년에 창건되고, 692년에 재건된 세계 최고의 목조건축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에게는 1949년 화재로 사라진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벽화가 금당에 있었다는 그 절이다. 호류지는 주춧돌을 세우고 그 위로 나무를 하나하나 짜 맞춰 세워 올린 건물로 13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창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300년 동안 대를 물리며 전해 내려 온 지혜인 대목장들의 구전이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겼다.

“대형 목조 건물을 지을 때는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나무는 나서 자란 방향 그대로 써라.”

“나무 짜 맞추기는 치수가 아니라 나무의 성깔에 따라 하라.”는 자연이 가르쳐주는 대로 나무를 쓰라는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일렀고,

“나무의 성깔 맞추기는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는 장인들을 대하는 대목장의 따뜻한 마음”

“백가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기량이 없는 자는 조심스럽게 대목장 자리를 떠나라.”는 각기 기질이 강한 장인들을 다뤄야하는 대목장의 사람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쳤다.

故 전우익 선생은 살아생전 이렇게 말했다.

“평생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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