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목마른 섬들

대빈창 2015. 2. 17. 07:07

 

 

 

“물을 퍼 올리는 양수기를 가동했네.”

“아니, 요새 가뭄은 해거리하나”

“짠물 먹는 사정은 먼 남해 섬들 얘기려니 여겼는데.”

 

5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 섬을 찾은 귀성객들의 입에서 나 올 소리들입니다. 주문도 저수지는 겨우내 양수기를 가동해 농수로에 조금이라도 물이 고이면 거꾸로 저수지로 퍼 올렸습니다. 주문도 저수지는 유역면적은 작지만 고갈처럼 깊어 유효저수량이 많습니다. 섬의 큰 마을인 진말의 25만평 논농사를 책임지는 대들보입니다. 2년 전 초여름 「갈매기가 날씨를 예보하다」의 저수지입니다. 그때 물이 가득한 저수지에서 이른 더위를 피해 갈매기들의 자맥질이 한창이었습니다. 늦은 겨울, 바닥이 보이는 저수지에 천둥오리가 날아와 농부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자적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참게와 우렁이의 안녕을 빌다」에서 말라가는 볼음도 저수지를 보며 참게와 우렁이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그때 저수지의 낮은 지대에 풀씨들이 날아와 녹색융단을 펼쳤습니다. 1년6개월이 흐른 늦겨울 지금, 바닥을 드러낸 곳에 다시 마른 풀들이 보입니다. 저는 해수담수화플랜트가 먼 남해의 섬들 얘기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아차도의 수도꼭지에서 짠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차도는 농경지가 거의 없어 농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피해 걱정이 덜하겠지만, 식수가 오염되어 생활이 불편해졌습니다. 상수도의 탱크에 물을 대는 대수층의 담수가 말라가면서 바닷물이 밀려 들었습니다.

“한번 짠물이 들기 시작하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데.”

올 겨울 가뭄은 200년만의 지독한 가뭄입니다. 다가오는 봄철 모내기의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못자리는 지하수를 퍼 올리거나 농수로의 눈 녹은 물로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지만, 저 넓은 들녘을 물로 채워야 모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섬마다 저수지를 준설하랴, 관정을 뚫느라 야단법석입니다.

서도(西島) 군도(群島)가 물 좋은 섬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강화도의 부속도서로 큰 섬들인 교동도와 석모도가 가뭄으로 벼 끝이 시뻘겋게 타들어 갈 때, 주문도와 볼음도의 작은 들녘은 바닷바람에 녹색 물결을 찰랑거렸습니다. 하지만 200년만의 가뭄에 보이지 않는 땅속 대수층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을 지하수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로 써 온 자연부락 느리와 대빈창해변 마을도 이제 저수지 축조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수지 앉을 자리는 연못골 밖에 없어.”

마을 어르신네들의 한결같은 대답입니다. 어떤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립니다. 선조들은 인류 파멸을 앞당기는 산업문명의 끝을 미리 내다본 것이 아닐까요. 앞날을 내다보고, 땅이름으로 후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배려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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