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진돌이는 고집이 세다.

대빈창 2015. 1. 14. 07:02

 

 

 

진돌이가 세 살이 되었습니다. 헛나이를 먹었습니다. 작은 형이 아는 이한테서 거저 얻은 진돗개 트기인 진돌이는 재작년 동짓달에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섬에 들어 온 강아지가 가여웠습니다. 섬에 터를 잡고 다섯 번째 개인 진돌이는 수놈이었습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고갯길에 앉은 집은 바람꼬지였습니다. 겨울 바닷바람에 강아지를 한데서 키울 수 없었습니다. 진돌이는 임시방편으로 아궁이 불을 때는 봉당에 살게 되었습니다. 보일러의 온수호스가 봉당에서 각 방으로 연결되어 항상 온기가 훈훈했습니다. 미닫이로 굳게 잠긴 봉당에서 똥오줌을 가릴 줄 모르는 강아지는 바닥에 그대로 일을 보았습니다. 아침이면 어머니와 나는 번갈아가며 아궁이의 재를 부삽에 담아 진돌이의 배설물을 뒤처리했습니다. 겨우내 뒤울안에 쌓인 나뭇가지로 아궁이 불을 지폈습니다. 어린 진돌이는 항상 불을 때는 내 곁에서 타오르는 아궁이의 불길을 무심코 쳐다보았습니다. 젖살이 가시고 뱃구레가 생긴 진돌이가 개꼴을 갖추면서 부쩍 활발해졌습니다. 불을 땔 때마다 좋아서 이리저리 날뛰었습니다. 어느 이른 아침, 불을 때면서 귀찮게 구는 진돌이를 번쩍 들어 멀리 던지다시피 내려놓았습니다. 깨갱! 진돌이가 고통스런 신음을 내질렀습니다.

앞발을 접질렸습니다. 발걸음을 땔 때마다 진돌이는 절뚝거리며 가까스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나는 진돌이가 안스러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 진돌이는 자라면서 다리의 상처가 절로 아물었습니다. 4월 날이 풀리면서 대빈창 해변 산책에 진돌이가 따라나섰습니다. 봉구산자락 옛길을 따르는 산책에 동행한 진돌이는 해토되기 시작한 논바닥을 매닥질을 쳐 온 몸이 개흙투성이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나를 앞질러 집에 도착한 진돌이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가쁜 숨을 내쉬느라 뱃구레가 들썩거립니다. 어머니는 대견하다는 듯 진돌이 입에 비린 것을 물려주었습니다. 봄이 되자 진돌이는 봉당에서 1층 창고 구석방으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비가 세차게 퍼부으면 진돌이의 잠자리까지 물벼락을 맡습니다. 옛집이라 벽 틈새로 빗물이 새어듭니다.

진돌이는 고집이 셉니다. 개집을 창고 안에 들였는데 녀석은 절대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밤을 지새웁니다. 어머니가 혀를 쯔쯔! 차시며 아침이면 창고 바닥을 걸레로 물기를 훔치시고, 새로 종이상자를 깔아줍니다. 녀석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빗줄기가 굵어지면 진돌이를 넓은 옆방에 매여 놓습니다. 3일내내 비가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창고바닥이 깨끗합니다. 날이 개고 진돌이를 제집입구 기둥에 묶었습니다. 그제야 엄청난 분량의 배설물을 흙바닥에 쏟아냈습니다. 진돌이는 3일 동안 뒤를 참았던 것입니다. 어릴 적 봉당 바닥 아무데나 일을 보던 진돌이가 이렇게 컸습니다.

창고 안의 개집은 오래전 남의 집에서 얻어왔습니다. 개는 후각이 민감합니다. 진돌이가 오래 묵은 다른 개의 냄새를 맡고 집에 들어가기를 거절한다고 생각한 나는 오랜만의 뭍 나들이에 진돌이의 새집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진돌이는 죽어도 새 집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진돌이는 폐쇄공포증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저녁으로 진돌이 밥을 장만합니다. 녀석은 날 사료를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우리식구가 먹다 남긴 반찬찌꺼기와 사료를 함께 끓여야 맛있게 먹습니다. 한편 진돌이는 순둥이이기도 합니다. 쥐들이 자기 밥을 훔쳐 먹어도 멀건이 구경만 합니다. 진돌이 덕에 우리 집은 음식물 쓰레기를 한 톨도 생산하지 않습니다. 진돌이와 오래 단순소박한 섬 생활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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