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지은이 : 조동범
펴낸곳 : 문학동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전 세계 국가를 통틀어 무려 3위다. 1위는 가이아나, 2위는 북한, 3위가 한국이다. OECD 국가 중 1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인구 10만명당 평균 자살률은 12.1명이나 한국은 28.5명으로 2배가 훨씬 넘었다. 국내 사망 원인에서 1, 2, 3위가 암·뇌·심장질환으로 급성질환이고, 자살이 4위를 기록했다. 37분당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질병·고독·빈곤에 시달리는 농촌 노인과 무한경쟁의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었다.
평화롭게 심야가 다가오고, 심야의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평화로운 살의로 가득 찬다. 평화로운 살의를 가로질러 판매원은 냉동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냉동고에서의 죽음. 판매원의 마지막 온기는 수증기가 되어 냉동고의 덮개를 가린다. 판매원은 희미하게 사라지는 냉동고 밖의 세상을 바라본다. 서늘하게 누워있는 판매원은 고요해 보인다.
꺼지지 않는 간판만이 심야를 밝혀주는,
은빛 조각 서늘하게 빛나던 심야 아이스크림 판매점
위로 하현달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깊고 깊은
심야의 아이스크림 판매점.
표제시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16 ~ 17쪽)의 일부분이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모두 50 시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조강석의 「시적 풍크툼(punctum), 혹은 전시된 죽음과의 속도전」이다. 시인은 첫 시집을 통해 정교한 묘사로 도시의 비극성을 명료하게 드러냈다. 1부 시편에 등장하는 정육점, 안경점, 치킨집, 아이스크림·도너츠 판매점, 편의점, 버거킹, 주유소 등은 쇼윈도를 지닌 전시적 공간으로 도시적 삶을 표징 한다. 시인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화려한 풍요 속에 감추어진 개인의 불모화된 일상과 황량한 내면'을 포착했다. 도시의 번쩍거리는 '쇼윈도 불빛 이면의 물화된 삶에 대한 비판을 죽음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내보였다.
현대 자본주의 도시는 화려와 풍요를 자랑하지만, 도시의 개인은 ‘한 무리의 혜성처럼 질주하는 속도’로 ‘거대한 궤적을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중심인 적' 이(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中에서, 65쪽) 없었다. 도발적인 표제와 신선한 수채화의 표지 그림이 눈길을 끌어 손에 잡은 시집이었다. 그런데 초판 출간이 10여년이 다 되었다. 표사를 맡은 두 시인이 반가웠다. 최두석의 생태시집 ‘투구꽃’을 근래에 잡았고, 시인 함민복은 두말할 나위 없는 가까운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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