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의 신화
지은이 ; 김개천
펴낸곳 : 컬처그라퍼
외딴 섬 주문도에 삶터를 꾸린 지 10년이 넘었다. 김포 시절, 골판지 박스에 담긴 책들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이사를 하면서 섬 집의 바람벽 한 면을 책장으로 꾸몄다. 책은 계속 늘어났다. 책이 없었으면 단순소박한 섬 생활은 불가능했다. 나의 생활은 그만큼 TV, 스마트폰, 게임,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야만 게으르게 노트북을 열었다. 섬은 카드 체크기가 아예 없다. 돈이 수중에 있어도 쓸래야 쓸 수 없는 것이 섬 사정이다. 단순소박한 삶을 꾸리는데 주문도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공간이었다. 박남준 시인의 말대로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살면 되었다. 책 구입은 삶의 유일한 사치였다. 출입문 벽에 새로 책장을 앉혔다. 책은 어느덧 1,500여권으로 불었다. 어느덧 내가 볼 책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어느 글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게 살다 이 섬에 뼈를 묻겠다.” 현재까지 스스로 한 약속은 잘 지켜가고 있다. 아침저녁 산책과 텃밭 가꾸기, 그리고 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창 앞에서 책을 펼치는 것이 큰 낙이 되었다. 책 리뷰는 2007년 봄에 시작했다.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책을 가까이 했는데, 모두 망각 속으로 흘려버렸다는 자각이었다. 책씻이 할 때마다 나름대로 리뷰를 긁적였다. 8년이 다되었다. 초창기 리뷰를 긁적인 책 중의 하나가 2004년 12월에 출간된 건축가 김개천의 『명묵明默의 건축』이었다.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종묘 정전까지 한국 전통의 명건축 24선을 소개한 책이었다. 전통 건축에 무지몽매했던 나의 우둔함에 타격을 가한 몇 권의 책 중 한 권이었다. 오매불망 건축가의 다음 책을 기다렸다.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김개천 교수의 명건축 산책 02 『미美의 신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4년 전 예약판매로 급하게 책을 손에 넣고도 게으르게 이제야 투명 비닐포장을 벗겼다.
완전한 건축 - 피라미드 / 태양의 집 - 하셉수트 장제전 / 고귀한 영혼 - 파르테논 신전 / ‘하나’의 고귀함 - 판테온 / 무한한 타원 - 콜로세움 / 외부가 없는 우주 - 성 소피아 대성당 / 빛의 형상 - 바위의 돔 / 쾌락의 낙원 - 알람브라 궁전 / 하늘의 길 - 만리장성 / 태양의 환영 - 이쓰쿠시마 신사 / 신이 없는 신전 - 천단 / 꿈의 만다라 - 앙코르와트 / 천사의 사원 - 몽생미셸 수도원 / 시민의 성소 - 산 마르코 대성당 / 신의 빛 - 노트르담 대성당 / 화의 천궁 - 자금성 / 지상의 극락 - 뵤도인 / 천상의 누각 - 경복궁 경회루 / 성스런 속세 - 타지마할 / 무한한 중심 - 성 베드로 대성당 / 천상으로 사라지는 타워 - 쾰른 대성당 / 건축 없는 건축 - 종묘 정전 / 화려한 절대궁전 - 베르사유 궁전 / 지상의 고딕 - 영국 국회의사당
건축가가 소개한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축 24선’이다. 두 권의 건축기행은 건축학은 공학(工學)이 아닌 인문학(人文學)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동양적 사유방식으로 해석한 건축기행은 책읽기의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다. 표지그림의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 신과도 같이 스스로 존재하는 내부를 가진 광대한 우주의 완성을 이룬 공간 -(96쪽)을, 판테온은 - 신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신‘이라고 할 만한 신성한 것을 빚어 낸 영혼의 모태 -(62쪽)를 읽어내는 건축가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건축가는 시인의 눈으로 건축의 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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