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호텔 타셀의 돼지들

대빈창 2015. 10. 30. 07:00

 

 

책이름 : 호텔 타셀의 돼지들

지은이 : 오은

펴낸곳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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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에 해당하는 「스프링」에 뒤이어, 두 번째 시의 부제는 ‘모스크 바에는 빅토르 최가 있다’라는 부제를 단 「말놀이 애드리브」(15 ~ 17쪽)에 나오는 세계의 나라와 도시 이름이다. 시집은 自序와 4부에 나뉘어 모두 54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허윤진의 「성난 입술」로 무려 40여 쪽의 부피의 장문이다. 각국의 다양한 인물과 문화, 음악, 영화, 철학, 과학, 수학이 동원된 시편들은 일단 읽기가 재밌다. 표제작 「호텔 타셀의 돼지들」의 호텔 타셀(Hotel Tassel)은 벨기에의 아르누보 건축 양식의 건축물로 이 시대 인간 군상들의 타락상을 꼬집었다. 나와 시인의 감성적 접속 지점의 시 구절들이다.

 

게엄령 시즌마다 알아서 앉은뱅이 되던 사람들은 부티크 세일 기간도 척척 맞추고 있어요 우리는 뉴욕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부를까 봐 벌벌 떨고요(「세대 차이」中에서, 50쪽)

 

펜은 칼보다 강했지만 쥐새끼의 민첩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어떤 날들이 있던 시절 2」中에서, 61쪽)

 

평자들은 시인의 첫 시집을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평했다.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끌고 나갔다고. 시에 음악처럼 무의식적인 감각과 리듬이 넘쳐났다고. 표사에서 시인 정재학은 -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Tarkus」가 연상되었다. 그의 시는 키스 에머슨의 건반연주처럼 치밀하고 풍성하며, 그렉 레이크의 보컬처럼 이지적이고 작위적이지 않으며, 칼 파머의 드럼처럼 파워풀하고 거침이 없다. 그리고 상상의 기계적 전투 동물인 Tarkus처럼 젊은 패기로 무장되어 있다 - 고 말했다. 나는 그룹 EL&P를 빠삭하게 알고 즐겼던 세대다. EL&P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예스(Yes), 무디 블루스(Moody Blues)와 함께 당대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그룹 3인조로 1970년 영국 본머스에서 결성되었다. 1971년 6월 14일 발표된 두 번째 앨범이 「Tarkus」다. 앨범 표지는 가공의 괴물 Tarkus가 압도적으로 장식했다. 내 눈에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천산갑처럼 보였다. 타이틀곡은 또 다른 가상 동물인 Manticore와의 전투를 묘사한 7부작 구성의 20분짜리 대곡이다. 곡을 찾아 한 번 몰입해 보시기를. 시집의 음악적 리듬감이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딘 시적 감수성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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