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대빈창 2015. 10. 29. 07:00

 

책이름 :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지은이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옮긴이 : 조숙영

펴낸곳 : 르네상스

 

이 책은 우루과이 출신의 진보적 논객 에두아르도 갈레아노(1940 ~ 2015년)가 바라 본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저자는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가 배설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조명하고, 불의를 고발했다. 책에 실린 수많은 삽화는 죽음과 정치를 소재로 삼은 멕시코의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의 작품이다. 해골 그림은 정의와 진실이 말라죽은 작금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거꾸로 된 세상은 세계평화를 수호한다는 강대국들이 무기를 가장 많이 팔아먹고, 명성 높은 은행일수록 마약 자금을 가장 많이 세탁하고 훔친 돈을 가장 많이 보관했다. 자연보호는 지구환경을 가장 많이 파괴한 다국적기업들이 군침을 삼키는 사업이었다. 세상은 민중을 가장 많이 학살한 자들과 노동은 안 하면서 가장 많은 돈을 챙기는 자들과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이 자연환경을 학살하는 자들이 은혜와 축하를 받았다.

최고의 무기수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이들 국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섯 나라다. 세계 평화는 전쟁 장사에서 가장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다섯 강대국의 손에 달렸다. 미국은 세계 마약전담 경찰 행세를 하며 라틴아메리카 농부들을 마구 학살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마약의 반 이상이 소비되는 국가다. 먼 지평선 위의 벼룩 한 마리도 촬영하는 첨단 기술의 미국에서 마약을 실은 소형 비행기가 자유자재로 미국 국경을 넘나들었다. 파란색 작은 나비를 보호하는 셰브론 석유회사는 나비의 도피처를 제공하는데 연간 5,000달러를 쓴다. 환경보호 광고는 그 돈의 80배를 더 썼다. 나비의 도피처는 LA 남쪽 사막의 엘 세군도 정유공장에 설치되었다. 이 공장은 캘리포니아의 수질과 대기와 토양을 망치는 최악의 오염원이다. 금융자본주의는 가난한 나라의 돈을 강탈해 부도에 빠뜨렸다. 세계 금융의 중심가 월 스트리트(Wall Street)는 수세기 전 흑인노예들이 도망칠 수 없게 쌓은 장벽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언제나 깨어있어, 세계를 바꾸는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행동하라고 등짝을 두드렸다. 신자유주의는 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로 현실화된 신자유주의 이론가인 시카고학파의 태두 밀턴 프리드먼(1912 ~ 2006년)은 이렇게 말했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마라. 당신도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마라.”

자유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규제 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업 구조 조정, 공공재의 철폐를 급격하게 밀어 붙였다. 이 땅은 한국판 레이건과 대처의 연속 집권으로 신자유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과정은 소수의 재벌, 금융기관, 외국 투기자본은 막대한 이익을, 구조조정의 부담과 희생은 민중에게 고스란히 돌려졌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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