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섬 택리지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호미
‘섬 순례자’ 강제윤은 지난 10년 동안 묵묵히 섬들을 걷고 기록했다. 『걷고 싶은 우리 섬』이 통영 섬들의 답사기라면, 『섬 택리지』는 신안 섬들의 답사기로 모두 22개 섬에 시인의 발길이 머물렀다. 본래 신안은 모두 섬으로 이루어진 기초자치단체다. 신안은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로 무려 880개의 섬에 새로 찾아 낸 섬들로 ‘1004개의 섬’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섬들의 천국’ 신안은 ‘천사의 섬’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신안군은 현재 14개 읍 ·면에 2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살아가는 섬 왕국이다. 신안군은 뭍인 목포에서 더부살이 42년 만에 압해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나의 발길은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선정된 증도에 닿았었다.
자은도 / 박지도 / 안좌도 / 팔금도 / 가거도 / 만재도 / 하태도 / 흑산도 / 홍도 / 도초도 / 비금도 / 우이도 / 동·서소우이도 / 하의도 / 장산도 / 신의도 / 임자도 / 재원도 / 증도 / 병풍도·대기점도
책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택리지』는 조선 실학자 청화산인 이중환이 지은 지리서다. 시인의 『섬 택리지』는 바다·섬의 자연환경과 사람의 삶을 다룬 인문서다. 섬 출신 시인은 우리 국토지만 오랜 세월 소외되었던 섬들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었다. 하지만 천민자본주의는 좁은 반도를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선조들이 물려 준 금수강산을 작살내고, 더러운 눈길을 섬으로 돌렸다. 생태에너지라는 탈을 쓰고 조력발전소가 갯벌을 파헤치고, 해안도로를 낸다고 어부림(漁夫林)을 뽑아버리고, 당집을 허문 자리에 운동기구 몇 개 설치하고 체육공원이라고 강짜를 부렸다.
‘몬치는 작은 숭어를 이르는 이 지역 말이다.’(27쪽) 작은 숭어를 자은도에서 몬치라 부른다. 내가 사는 주문도에서 숭어는 크기별로 이름이 다양하다. 동아 → 모제 → 저푸리 → 숭어. 주문도의 모제 급에 해당되는 크기일 것이다. ‘대청도, 백령도 부근 바다에서 어군을 형성하던 홍어들은 산란을 위해 태도 서바다를 찾아온다. 이때 잡히는 홍어를 진짜 흑산도 홍어로 쳤다.’(100쪽) 섬 어르신네들은 말했다. 섬 주변 얕은 바다는 멧방석만한 홍어가 자리 잡은 웅덩이들 천지였다고. 그 많던 홍어는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홍어의 사촌격인 가오리가 모내기 철이면 한 두마리 뻘그물에 들 뿐이다. 하지만 크기는 예전 홍어만 하여 함지박 밖으로 날개가 나왔다. 수십키로 나가는 가오리를 그물 주인은 어쩌지 못하고 뭍의 외포 수산시장에 넘겼다. ‘섬에서 섬으로 가는 길은 마치 이 별에서 저 별로의 행성 간 여행처럼 아득하다.’(222쪽) 나는 몇 년 전 여객선를 타고 볼음도에 갔다가 태풍으로 이틀째 발이 묶였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잿빛이었다. 태풍에 떠밀려온 상합이 지천이었다. 주문도와 볼음도 간 배시간 거리는 고작 10분이었다.
p. s 9월 5일(土) ~ 6일(日) 《인문학습원 섬학교》 학생 21명이 주문도를 찾았다. 교실이 없는 답사학교 일행은 시인을 ‘교장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1박2일 동안 나는 일행과 함께 했다. 첫날 11시 도착. 선창 선양식당에서 점심. 해안 길·들녘 길 걷기. 남자들은 선양식당 2층 민박, 여자들은 진말 소나무민박. 식사는 모두 선양식당. 둘째날 봉구산 들기, 한적한 대빈창 해변의 모래밭 낮잠. 일행은 2시배로 주문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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