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지은이 : 김상근
펴낸곳 : 21세기북스
시대가 천재를 요구하는가, 천재가 시대를 주도하는가. 책은 르네상스를 탄생시킨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화관 같은 피렌체를 빛낸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는 뜻이며, 생각하며 사는 사람의 고향으로 불리기도 한다.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4세기의 길(비아 트렌체토)에는 '신곡'의 단테,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개념의 기초를 놓은 페트라르카, '데카메론'의 복카치오, 인간의 모습을 그린 천재화가 조토가 등장한다. 15세기의 길(비아 콰트로첸토)에는 '피렌체 찬가'와 '피렌체 시민사'의 브루니, 조각·회화·건축의 3대 조형예술의 르네상스 이론을 정립한 알베르티,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거대한 돔 건축가 브루넬레스코, 목각 '막달라 마리아'의 도나텔로, 인간의 가치를 시각화한 요절한 천재화가 마사초.
그리고 천재들의 빛나는 활약으로 '마이너리그' 취급을 받은 억울한 예술가 10명을 부록처럼 덧붙인 '아르티스티 미노리의 길'이 펼쳐진다. 우리는 흔히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를 손꼽는다. 하지만 여기서 다빈치와 라파엘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해 천재가 아닌 수재로 취급된다. 르네상스 전성기인 15세기에는 그만큼 천재들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지만, 다빈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역에서 활동해 피렌체에 그의 작품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라파엘로는 5년간 피렌체에서 활동했지만 미켈란젤로는 우르비노의 촌사람 '애송이'로 평가절하했다.
르네상스의 중심도시 피렌체에서 인정을 못받은 라파엘로는 로마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나,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상적 이유 때문에 후원자로부터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둘은 중세 유럽의 전통사상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고집했다. 마지막 장인 '메디치의 길'은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한다. 그것은 '모든 르네상스의 길은 메디치로 통한다'는 명제가 일러주듯, 메디치 가문은 새로운 시대정신인 신플라톤주의를 등장시켜 르네상스 정신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제1시민' 가문으로 키운 '코시모'와 국부 '로렌초', 새로운 사상인 신플라톤주의 사상가 마르실리오 피치노, 폴리치아노, 르네상스 최초의 다원주의 사상가 피코 델라 미란돌라. 화가로 '비너스의 탄생'과 '프라마베라'의 보티첼리,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인 미켈란젤로가 등장한다. 천재는 괴퍅하고 성질이 지랄같은가. 회화·조각·건축에서 르네상스 전성기의 만개한 예술혼을 불태운 미켈란젤로는 어찌보면 인간적으로 싸가지가 없었다. 자기 스승인 기를란다요에게 배운 것이 없다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표지그림은 피렌체 시가지와 두오모의 거대한 돔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 '다비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