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茶山文學選集

대빈창 2010. 5. 9. 09:50

 

책이름 : 다산문학선집

지은이 : 정약용

엮고 옮긴이 : 박석무·정해렴

펴낸곳 : 현대실학사

 

'미쳐야 미친다'를 읽고서 나는 갑자기 조급해졌다.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의 글을 잡고 싶었다. 인터넷 서적에 들어가 여유당전서와 연암집을 체크하니 가격이 만만치않다. 책장을 한번 휘둘러보니,오래전에 잡았던 한문학자 김혈조가 번역한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는 연암의 산문 선집이었다. 아쉬운대로 나는 책장에서 묵은 책을 집어 들었다. '다산문학선집'이다. 겉장을 넘기니 파란 딱지가 붙어있다. (재)한국출판금고가 어딘가에 기증한 책이다. 그렇다면 15년전 나는 어딘가에서 이 책을 슬쩍한 것이다. 세월의 때가 낀 책이라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작은 활자체는 눈을 피로케 한다. 더군다나 각주가 뒤에 붙어 진도가 더딜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감지덕지다. 일주일간 꼬박 다산의 산문에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여유당전집'의 잡문 60권 가운데서 '논설선집'에 실린 논·설·의`````` 등을 제외한 문학 장르에 속하는 글 가운데 다산의 문학관과 실학정신이 배어있는 산문 108편을 골라 꾸민 책이다. 다산의 산문정신은 한마디로 '민중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부 서(序)에는 八子百選 序가 실렸는데, '한 눈금, 한 치의 미세한 것까지 분변하여 엄밀하게 가려 뽑아서'라는 글은 이 책에도 해당된다. 그것은 이 책의 편역자를 전적으로 나는 신뢰하기 때문이다. 18년  유배생활에서 다산의 학문이 성숙했듯이 편역자는 민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다 감옥에 투옥되어 다산 연구에 몰두했다. 2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각각 역사적 책무와 민중의 고통을 오롯이 가슴에 담은 두 학자의 소통이 눈물겹다. 다산에 대해 중언부언하는 것은 잔소리가 될 뿐이다. 한마디로 다산은 반계 유형원과 성호 이익의 중농주의적 학풍을 계승하고, 북학파의 선진기술 도입을 받아들여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였다. 더불어 수원 화성의 기본 설계를 하고, 거중기를 만들어 과학적 원리로 성을 축조한 만물박사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교된다. 그런데 이 땅의 제도교육은 주입식으로 대입시험에 대비하느라, 내용은 알 필요가 없고, 주요저서인 1표2서(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의 제목만 열심히 외웠다. 근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또렷하다. 제6부 서(書)에는 둘째아들 학연에게 부치는 편지에서 주도(酒道)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소가 물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목구멍에다 탁 털어놓고,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 떨어져 버린다.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한다.' 바로 내 얘기다. 어릴 적 또래끼리 남몰래 막 배운 술이라, 나쁜 버릇이 골수에까지 미쳤다. 다산은 둘째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하라'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마음이 간사해 질때마다 다산의 질책을 떠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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