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희망은 깨어 있네
지은이 : 이해인
펴낸곳 : 마음산책
어쩌면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마지막 시집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지금 암 투병중이기 때문이다. 1976년 첫시집 '민들레의 영토'이래 열한번째 시집이 된다. 시집은 크게 여섯장으로 구분되어 신작시 100편이 실려 있으며, 아픈 와중에도 '작고 소박한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과 행복, 희망'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5장 '언제나 그리움'은 2009년 세상을 떠난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과 친한 벗이었던 장영희 교수와 화가 김점선에 대한 추모시 3편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시를 꽃피운 생각들'은 2008. 7. 14 ~ 2009. 12. 30 까지의 1년반 동안의 단상들이다. 띠지의 문구는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희망이란 단어가 퍽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입니다.'다. 하긴 암수술과 함암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시인은 고통스런 투병 중에도 수도자답게 기쁨과 감사를 드리고, 사람을 향한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표지 사진은 이해인 수녀가 종신서원 후 지금까지 수도생활을 하고있는 성 베네딕도 수녀원의 산책길이다. 겉표지 사진을 비롯한 본문의 사진은 박정훈과 김 마리 소피 수녀의 작품이다.
첫 시 '유리창 위의 새' 2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위장된 진실과 / 거짖된 행복이 / 하도 그럴듯해 / 진짜인 줄 알고 / 신나게 달려갔다`````. 그렇다. 공익광고에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아무리 외쳐대도 그것은 가진 자들만의 위대함이다. 세계무역대국 10위라는 허울좋은 이면에는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과 자살율 1위를 자랑한다. 빛 좋은 개살구인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만 높다고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큰 만큼 상대적 박탈감만 더할 뿐이다. 사회적 안전망은 어떤가. 쉽게 얘기해서 서커스 공중묘기를 펼치면서 그물망하나 없는 곳이 이 땅이다. 그러기에 해고는 바로 사형이다. 동남아 국가들보다 못한 사회복지를 자랑(?)하면서 한술 더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려고 안달이다. 솔직히 민영화가 아닌 독점재벌에게 공짜로 떠넘기는 사영화인 것이다. 나의 의식은 이렇게 적개심과 분노로 타올랐으니, 수녀님의 시집을 처음 잡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p. s 몸이 편찮으신 연로한 수녀님께 따듯한 위로의 말을 못 드릴지언정, 속물근성에 찌든 범인이 성스러운 분께 망발만 일삼았다. 여기서 '유리창 위의 새'도 시인은 분명 '작고 소박한 것에서 행복과 희망을 찾자'고 노래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갖은 자들에 대한 분노로 '행복과 희망'을 물질적 욕망이라는 진흙탕으로 끌어내렸다. 나의 그릇이 너무 작다. 다행이다. 수녀님께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라는 산문집을 최근에 내셨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農舞 (0) | 2010.05.14 |
---|---|
茶山文學選集 (0) | 2010.05.09 |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0) | 2010.05.02 |
낙동강 before and after (0) | 2010.04.29 |
그건, 사랑이었네 (0) | 2010.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