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감정 독재
지은이 : 강준만
펴낸곳 : 인물과사상사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시인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1·2연이다. 마지막 꼭지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을 읽으며 떠올린 詩다. 이 법칙은 ‘피부의 법칙’으로 자신이 잘 알며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이 책의 50가지 사례는 사회 현안이나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의문들이다.
이 땅의 대중은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꼬임에 빠져 토건 CEO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았었다. ‘통제의 환상’에 빠진 MB는 과거 경험만을 근거로 대형 프로젝트(병든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를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데 진시황처럼 강하게 밀어붙였다. 조상이 물려 준 금수강산은, MB재임 5년 만에 4대강은 썩은 악취가 풍기는 호수로 전락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인간의 마음』에서 ‘집단적 자기도취’라는 개념을 끌어 들였다. 이는 ‘경제적·문화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 집단에 속해 있다는 자기도취적 자부심이 유일한, 그리고 때로는 매우 효과적인, 만족의 원천’(58 ~ 59쪽) 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TK 지역의 빈곤층이 이념적으로 극우보수 성향을 띠는 것을 잘 설명해 주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겠다는 극단적 정치혐오주의에 빠진 한국인들은 정치인들만 욕하지 대중은 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영악스럽게 ‘대중의 확증 편향’에 영합할 뿐이라고. 한국의 치킨 가게는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치킨 가게는 3배 이상 늘어 3만600개를 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치킨 가게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것은 치킨 가게의 거품이 한국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이런데 왜 한국의 조기 은퇴자들은 치킨 가게를 너도나도 개점할까. 저자는 이를 가시성이 두드러지는 생존자들의 사례에 집중하는 ‘생존자 편향’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감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감정의 인문학〉, 〈감정수업〉 등의 저작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담론은 ‘감정 노동’이나 ‘감정 자본주의’로 유통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각종 오류와 편향을 분석한 50가지 이론을 소개했다. 심리학자들이 밝혀 낸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다양한 기제에 관한 이론이다. 지난해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 2 라고 할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를 먼저 잡았다. 저자는 앞으로 수백 개의 이론과 유사 이론을 시리즈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여기서 50가기 이론은 별 뜻이 없다. 책 한 권 분량에 적합한 수치였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0) | 2015.10.07 |
---|---|
금강에서 (0) | 2015.10.06 |
보길도에서 온 편지 (0) | 2015.10.02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0) | 2015.09.25 |
우리 별을 먹자 (0) | 2015.09.23 |